일자리가 실업자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일자리는 취업자를 만든다. 그러나 불안정한 일자리는 오히려 실업자를 만든다. 2014년에는 고용의 호조세가 나타났다.
사실 청년 취업자도 크게 증가했다. 청년 고용률은 2013년 39.7%에서 2014년 40.7%로 상승했고, 2015년 6월에는 41.4%로 상승해 왔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청년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실업자도 늘어났다. 청년 일자리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청년인턴, 시간제, 임시ㆍ일용직, 계약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청년에게 돌아갔다.
6개월 계약으로 인턴을 시작한 청년 취업자는 6개월 후 실업자가 되고 만다. 청년실업률은 약 10.2%로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대 청년 실업자 수는 2015년 상반기 기준 41만명으로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성장세가 지속된다고 했을 때, 고용규모만 늘어나는 일은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 일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더욱이 정년 연장법이 시행되면서 한정된 고용규모 안에서 청년들이 들어갈 일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얼마 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서 가슴 아픈 질문을 듣기도 했다. “실업자가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실업자라도 되면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지난 7월27일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본 대책은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청년고용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바라보고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고용을 바라보는 연구자로서 몇 가지 우려가 남는다. 특히, 20만개의 일자리를 청년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20만개의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은 인턴, 시간선택제 및 직업훈련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자를 취업자로 전환할 수는 있으나, 이는 또 다시 실업자를 양산하고 말 것이다. 인턴으로 취업한 청년은 6개월 후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진통제가 될 수는 있으나,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처방전은 될 수 없다.
청년실업의 본질은 미스매치에 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임시방편의 일자리, 계약직 일자리, 인턴제로는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은가?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대책 중 한 가지는 기업들의 투자환경 개선에 있다.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고용규모가 커질 수 없다.
투자 없는 고용노동시장에는 일자리가 많아 질 수 있으나, 반드시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피자를 10명이 나눠 먹다가, 20명이 나눠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각각에게 돌아가는 피자의 양이 반으로 줄게 되는 것이다.
피자를 두 배로 키우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개선시켜야 한다. 인력부족으로 고충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제도가 부가된다면 미스매치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이 전제된 제안이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회피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자랑스럽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지만 성과가 좋은 히든챔피언을 발굴하고, 안정적이고 근로조건이 개선된 양질의 일자리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해 경력을 잘 관리하는 사례를 발굴하고, 좋은 경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튼튼한 사다리도 만들어야 하겠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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