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우린 또 가야한다 -광복 70주년에 부쳐

아무래도 이건, 온전한 광복이라 말할 수 없다

저기 달리던 기차 멈추고

사람들 오고가지도 못하는데

마냥 기뻐 날뛸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아, 두 동강이 난 조국

눈물의 70년

…(중략)…

우린 또 가야한다

아픈 다리 질질 끌면서라도

감기는 눈 쓰리도록 비벼가면서라도

가다가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일어서지 못하면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가야한다

통일은 거저 찾아오지 않는 법,

누가 가져다주지도 않는 법,

우리가 아픈 다리 끌며 갈 때

비로소 미소 지으려니

아, 그날,

우리 깨끗한 손으로 만나야하리

저 어린 것들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만나야하리

저 어린 것들의 하늘같은 마음으로 만나야하리

 

윤수천

42년 충북 영동 출생.

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당선. 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화책 <꺼벙이 억수>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고래를 그리는 아이> 외 80여 권. 시집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외 있음.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경기도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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