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체 서민 빚 갚아주는 ‘주빌리 은행’ 생겼다

기부금·상환금 등 활용 부실채권 사들여 채무 탕감
채무자는 원금 7%만 상환 이재명 성남시장 공동은행장에

▲ 27일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주빌리은행 출범식에서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주요참석자들이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성남시 제공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갚아주는 ‘주빌리 은행’이 27일 출범했다.

주빌리 은행은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지난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주빌리 은행은 장기연체자의 악성채권을 매입하는데 악성채권은 대개 대부업체에게 1~10%에 거래되며 금융가치를 잃은 것들이다.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상환하도록 하고 저신용자를 정상적인 경제활동인구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의 상환금 등을 활용한다.

주빌리 은행은 또, 빚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을 위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다. 주빌리 은행의 공동은행장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성남형 빚탕감 프로젝트(롤링주빌리)를 추진하는 등 채무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구제에 앞장서왔다.

실제로 성남시기독교연합회가 부활절과 주일헌금 등을 모아 1억원의 성금을 모으는 등 가시적인 효과도 거뒀다. 이를 제외하고도 성남에서만 총 3천279만원의 성금이 모아져 486명의 빚 33억 원이 탕감됐다. 또한 시는 성남FC의 유니폼에 ‘롤링주빌리’를 새기고 빚탕감 프로젝트의 공익광고를 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170조 가까운 국가예산을 공적자금으로 썼지만 서민을 살리기 위해선 얼마나 투입했나”라면서 “주빌리 은행이 민간모금으로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과 예산으로 서민 빚을 탕감해주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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