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새벽

작은 것에 상처받고 반목하던 마음도

노동으로 고단했던 육신도

침묵으로 용서를 주고받은 지난 밤

밤은 서로를 용서하며 살라고

이 지상 위에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놓았다

비바람 지나간 후의 새벽은 신선하고도 경이롭다

하나 둘 다시 켜지는 도시의 별무리들

멀리 보이는 강변도로

작은 불빛들이 꼬리를 흔들며

여명 속으로 유성처럼 미끄러져 간다

어둠을 배경으로 면벽 수행하던 산들도

이제 그 장엄한 능선을 서서히 드러내고

도시의 바람 속에서 고단한 잠에 빠졌던 새들

푸른 목소리로 어둠의 무게를 털어내고 있다

새벽이면 스스로 소멸하는 어둠을 넘어

어제보다 더 새로워지는

바람의 향기, 풀잎의 이슬, 사람들의 눈빛

고대인들이 바위벽에 암각을 하듯, 이 새벽에 나는

새로운 시간들을 경건하게 열어본다.

 

이진숙

<시조생활> (시조), <예술세계> (수필)로 등단.

시집 <하루가 너무 길다> <창 너머엔 노을이, 가슴 속엔 사랑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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