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면 홍수 걱정, 안 오면 가뭄이 걱정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홍수로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필자가 30년 넘게 물관리 전문기관인 K-water에 근무하는 동안 봐왔던 자연재해는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지금 맞닥트린 가뭄의 모습은 실로 낯설다.
오늘부터 보령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충남 8개 시군은 제한급수에 돌입한다. 사실상 본격적인 ‘건기’에 접어들면서 내년 봄까지 큰 비가 없을 것이라는 기상전망에 따르면 더 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봐야 옳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국민 대부분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집은 물만 잘 나오는데...?” 홍수처럼 눈에 보이는 재해가 아니라 그런지 “충남 일부지역에 국한된 일”로 치부되어 큰 관심조차 없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인류문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멸망시킨 것도, 중남미 지역의 마야문명이 사라진 것도 역사적 배경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바로 길고긴 ‘가뭄’때문이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눈에 보이는 홍수와 태풍은 사자나 늑대의 공격처럼 그 순간을 잘 모면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가뭄은 슬며시 다가와 끝을 볼 때까지 옥죄어오는 뱀과 같다. 그 끝을 뻔히 알면서도 손쓸 방법은 딱히 없다.
예로부터 어진 임금의 능력 중 하나로 ‘치수’를 삼았던 것은 오랜 기간 선조들의 웃고 우는 삶이 물에 달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한강에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이라는 국내 최대의 다목적댐이 있어 풍부한 물을 기반으로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비단 보령댐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올 가을엔 충남 몇 개 시군에서 제한 급수가 시작되었으나, 국민 절반이 살고 있는 이 곳, 수도권에서는 이 보다 더 잔혹한 내년의 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는 기상이변으로 수년 내 닥쳐올 물부족 사태나 지역적 용수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물그릇을 키우고 수자원의 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수도권 1천300만명의 시민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수돗물 공급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싶다.
이 삶을 더 오랫동안 영유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양치컵을 사용하는 것부터, 오늘 샤워시간을 5분씩 당기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내일부터 시작하면 늦는다.
최재웅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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