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유럽에 살며 이래서 선진국이다 싶은 것 중 하나가 도로 위를 달리는 거의 모든 화물차에 덮개가 씌어 진 점이다. 심지어 이사하기 위해 빌린 차도 덮개가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도 이사 차량들에 덮개가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이사용 차량들은 거의 덮개가 없었다. 턱이 낮은 화물차 짐칸에 가구, 전자기기 등 여러 가지 세간살이를 싣고 고무줄로 단단히 묶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선진국에서 화물차에 덮개를 씌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과적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누가 보아도 위험천만하게 화물을 싣고 다니는 차도 없어지고 낙하물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과적으로 인한 도로파손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덮개 없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화물차에 덮개가 생기면 설치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짐을 많이 못 실을까 걱정한다.
화물차 적재함에 덮개를 씌우기 위해서는 화물운송시장의 지나친 가격경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적재함에 덮개를 설치하는 비용이 운송가격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모든 차량에 덮개를 씌우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반발도 클 수 있다. 조심스레 차량에 덮개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덮개 없는 차량의 무분별한 허용은 우리의 안전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험한 줄 안다면 비용이 들어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젠 안전에 관심을 가질 만큼은 살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의 교훈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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