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65년 만에 재회한 노부부 등 구구절절한 사연에 눈물 바다
서로 안고 감격과 기쁨 주고받아
생후 돌이 지났을 무렵 “잠깐 다녀오겠다”고 외출한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까지 65년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전쟁은 부모와 자녀의 이별을 반세기가 훌쩍 넘는 민족의 비극으로 만들었다.
1년8개월만의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아버지 채훈식씨(88)를 만난 아들 희양씨(65)의 눈에서는 멈출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함께 울며 그런 아들을 강하게 부둥켜 안은 아버지는 깊이 눌러썼던 자신의 중절모가 벗겨진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갈색 손수건이 눈물로 완전히 젖을 때까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던 부자의 슬픔을 다독인 것은 며느리와 어느새 마흔에 접어든 두 손자의 처음 받는 인사였다.
남편이 내미는 손을 잡지 못한 아내 이옥연씨(88)는 “이제 늙었는데 손을 잡으면 뭐해”라며 지난 세월의 짙은 회한을 드러냈다.
연자씨는 연신 “우리 아버지 맞아, 아버지 맞구나!”라고 확인하며 “엄마, 아직 살아 있어”라고 거동이 어려워 이번 상봉에 참여 못한 어머니의 소식을 전했다.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 사이에 놓인 재회였기에 말보다 눈물이 앞서는 것은 당연했다.
북측 아버지 손권근씨(83)와 남측 아들 종운씨(67)는 마주 서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을 못했다. 부자의 눈에서 이내 눈물이 터져 나왔고 아버지는 연방 아들의 어깨를 두드릴 뿐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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