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농촌생활 진정한 자유를 꿈꾼다면
지난해 귀농ㆍ귀촌 가구는 4만4천586호(8만855명)로 전년대비 1.4배 증가했다.
부푼 꿈을 안고 귀농ㆍ귀촌하는 도시민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무작정 시골로 내려갔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키울 작물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집을 구하는 것까지 준비 없이는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먼저 정착한 선배들이 알려주는 비법을 배우면 귀농ㆍ귀촌이 더욱 수월할 것이다. 귀농ㆍ귀촌에 성공한 이들의 비법을 들여다보자.
가족과 합의… 독단적 결정 NO
도시 생활이 지겨워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고 귀농ㆍ귀촌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늑한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새벽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야 하고 도시와 달리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한 점도 많다.
또 귀농ㆍ귀촌을 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화합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녀가 학교, 시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귀농ㆍ귀촌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가족의 동의와 마음가짐이다. 귀농ㆍ귀촌을 왜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그 이유를 바탕으로 가족을 설득해야 한다.
농지ㆍ주택에 대한 정보와 지역환경에 적합한 정책자금과 지원제도에 대해서 마을이장, 농협직원, 행정공무원 등과 소통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 도시에서 어떤 지위를 누렸든 간에 모두 내려놓고 주민들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신중한 작물선택, 판로확보로 수익 창출
밭에서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논에서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닭, 소 등 가축을 잘 키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농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있다.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수익이 난다는 이유로 무작정 시도했다간 실패할 수 있다.
선배들은 사전에 상담을 통해 귀농ㆍ귀촌 당사자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귀농ㆍ귀촌 정착지마다 키울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귀농ㆍ귀촌 선배들은 영농기술을 배우는데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용작물을 키워 높은 소득을 올리겠다며 투자했다가 어설픈 기술 탓에 빚만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ㆍ귀촌을 하면 작물을 기르고 수확해 팔아야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첫 작물을 잘못 판단해 한 해 농사를 망치면 회복하려고 다시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선배들은 ‘귀농인의 집’ 프로그램 이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귀농인의 집’은 귀농ㆍ귀촌 희망자가 거주지나 영농기반 등을 마련할 때까지 거주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영농기술을 배우고, 농촌체험 후 귀농할 수 있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물선택, 영농기술 습득과 함께 꼭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판로확보다. 아무리 농작물, 소ㆍ돼지 등 가축을 잘 키워도 팔 곳을 마련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배를 많이 하지 않는 특용작물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친환경 농법 등 작물 고급화를 통해 판매처를 확보해야 지속적인 귀농ㆍ귀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제2의 보금자리, 꼼꼼하게 따져야
귀농ㆍ귀촌은 새 삶의 시작으로 가장 처음 선택한 보금자리에서 남은 생애를 평생 보낼 가능성이 크다. 농가주택 중에는 대지가 아닌 농지에 지어진 경우가 많다. 또 무허가 건물인 경우도 있다. 농가주택을 살 때는 건축법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주택을 살 때와 달리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경우 과거 매매 사실을 모두 찾아 양도 신고를 하고, 등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등기가 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택 구매 때 지적도 상 도로가 있는 지도 필수 확인 사항이다. 농가주택 주변의 도로는 사유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려고 하는 주택 주변에 있는 도로가 사유지이면 집을 새로 지을 때 사유지인 도로에 대한 토지 사용승낙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농가주택에 텃밭이 있다면 평수를 꼭 확인해야 한다. 텃밭을 외지인에게 팔 때는 1천㎡(303평) 이상 되어야 이전등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수가 작으면 나중에 처분이 어려울 수 있다.
이정현기자
귀농귀촌 생활 적합도 테스트
귀농ㆍ귀촌 생활을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마련한 귀농ㆍ귀촌 생활 적합도 테스트를 통해 이같은 의문을 해결해 보자. 총 5단계로 구분된 테스트는 적성, 의욕ㆍ동기, 준비 상황 및 현황, 농촌생활에 대해서 자신이 스스로 평가해 나온 점수별로 귀농ㆍ귀촌에 적합한지를 알려준다. 점수가 낮게 나와 아직 귀농ㆍ귀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과가 나온다면, 단계별로 가장 점수가 낮은 부분부터 보완하면 된다.
※매우긍정 5점 긍정 4점 보통 3점 부정 2점 매우부정 1점
영농에 대한 적성
1. 건강과 체력에 자신 있다.
2. 동식물을 좋아한다.
3. 단순 작업도 기분 좋게 한다.
4. 사교성이 좋다.
5. 사무실보다 야외에서 일하는 게 좋다.
6. 혼자보다 여럿이 일하는 것에 더 보람과 흥미를 느낀다.
영농에 대한 의욕, 동기, 지식
1.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2. 영농 경험자와 만나서 체험담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3. 농사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적이 있다.
4.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하고 싶다.
5. 자연재해 등 요인으로 수확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6. 농업은 경영자로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영농 사전 준비상황
1. 신규 영농에 관한 다양한 정보수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재배할 작물을 선택하고 연구했다.
3. 영농 정착지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4. 영농까지의 준비과정과 단계별 사항을 충분히 알고 있다.
5. 가족이 영농에 동의하고 있다.
6.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다.
영농조건의 준비현황
1. 1년 이상 본격적인 농업 연수를 받은 적 있다.
2. 영농 정착지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다.
3. 농지 소유 요건과 관련 법규, 과정을 모두 알고 있다.
4. 영농자금 융자제도를 이용할 경우 담보가 있다.
5. 경영에 대해서 일정 지식(회계 등)이 있다.
6. 농산물 판매에 자신 있다.
농촌생활
1. 영농자금 이외에 생활자금(1~2년 정도)이 준비돼 있다.
2. 농업 이외에 본인과 가족수입을 얻을 수 있다.
3. 아파트에 주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4. 농지와 주거지가 멀 경우 작업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5. 농촌에서 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6. 농업에 관련된 공동작업과 역할이 요구됨을 알고 있다.
테스트 결과
120~150점 귀농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높다. 귀농을 위한 조건은 일단 모두 갖춘 셈이다. 영농에 대한 지식만 갖춘다면 성공적인 귀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농 연수과정과 실제 농촌 생활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의욕만 앞세워서는 안된다. 지역주민과 유대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새 보금자리의 생활 방식을 배워야 한다.
75~119점 귀농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는 갖췄지만 아직 적응 준비가 더 필요하다. 목표가 불확실하다면 이를 먼저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농장, 단기 영농 연수를 통해 자신에게 귀농이 맞는지 확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운 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성공적인 귀농을 할 가능성이 있다.
30~74점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귀농에 대한 이해가 먼지 필요하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교육기관,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왜 귀농을 하려고 하는지, 실제로 지금 상황에서 귀농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귀농에 대해 아직 가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의 동의가 귀농의 가장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