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당시 대학생이던 윤명호 교장(53)을 비롯해 대학생 10여 명이 야학 개설에 뜻을 모아 세운 신갈야간학교는 올해로 개교 33주년을 맞은 용인의 전통 야학이다.
하지만, 강산이 3번 이상 바뀐다는 시간 동안, 학교를 이리저리 옮기며 숱한 위기도 여러 번 넘겼다. 위기 속에도 배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지역 향토기업과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신갈동 1번지에 자리를 잡았던 학교는 기업지원이 중단되면서 올해 초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윤 교장은 눈앞이 캄캄했다.
야학 특성상 정부와 용인시의 아무런 지원이 없어 경제적으로나 또 학교 위치를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학교를 분산해서 운영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도 생각했단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기흥농협의 한 지점 2층 80여㎡규모의 공간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비좁은 공간 탓에 교장실과 교무실은 없지만, 교실 4개, 교원연구실 1개 등 나름대로 학교의 모습은 갖췄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의와 배우는 진지함은 변함이 없다. 이 모든 게 언제나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윤 교장의 한결같은 교육적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신갈야학은 학업 기회를 놓친 용인지역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글교육과 초등과정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결혼이주 외국인들의 한국어반, 중·고등과정의 검정고시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수는 150여 명, 지금까지 신갈야학을 거쳐간 학생 수만 2천500여 명에 달한다.
일부 야학들은 일정액의 수업료를 받고 학교 이름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윤 교장이 있는한 신갈야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전통을 지켜내겠다는 윤 교장의 강한 신념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불 꺼지지 않는 신갈야학에 많은 성원과 힘찬 응원을 부탁한다”라며 “야학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누구든지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 달라”라고 주문했다.
용인=강한수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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