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감염질환 예방, 기본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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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어도 여름이 계속되는 것처럼 더웠던 날씨가 어느새 싸늘해졌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폐렴과 같은 급성감염질환으로 필자가 진료하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도 늘어난다. 이 맘 때면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감염질환에 잘 걸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런 질문에 대해 필자는 거의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적절한 손 씻기와 같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가질 것,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할 것, 적당한 운동을 할 것,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잘 조절할 것,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백신을 접종할 것.

필자가 이와 같은 대답을 하면 질문한 사람 중 절반 정도는 실망한 표정을 보이며 그것밖에 없느냐고 다시 되묻는다. 감염질환의 전문가라면 뭔가 새롭고 획기적이고 남들은 잘 모르는 비방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묻는 분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답변을 한다. ‘그것밖에’가 아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감염질환에 잘 걸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몸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시켜준다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과 방송에 범람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제왕’, ‘황제’, ‘묘약’과 같은 휘황찬란한 미사여구가 붙어 있다.

마치 그것만 먹으면 어떤 질병도 걸리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특정 음식이나 건강보조제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의학적으로 어떤 것이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려면 이론적인 배경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우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약물이나 음식을 사용했을 때 보여지는 효과가 우연히 나타났을 확률이 5% 미만이어야 증명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던 것이 실제로는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서 조용히 사라진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사실 건강에 좋다고 거론되는 많은 것들은 그러한 효과가 증명된 것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점에서 몸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배경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10여 년 전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다. 필자도 유치원생인 아들이 유치원에서 배웠다면서 정말 꼼꼼하게 손을 씻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경험이 있다. 편식을 하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배웠다며 그동안 먹지 않던 채소와 같은 음식을 먹을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건강을 지키고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롭고 획기적이거나 남들이 잘 모르는 비방이 아니다. 앞으로 감염질환의 예방법이나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새롭게 등장해서 검증된다고 할지라도 실제 이러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것들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감염질환의 예방에는 묘약도, 비방도, 왕도도 없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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