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명작과 성경에 나타난 ‘제3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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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가 1596년에 쓴 작품《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유명한 고전이 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가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해 배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만일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의 살 1파운드를 제공하겠다는 증서를 써주었다. 

그런데 안토니오의 배가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아 채무를 못 갚게 되었다. 샤일록에게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재판관이 된 포샤가 “잠깐 기다려 샤일록! 안토니오 살을 칼로 잘라갈 수 있지만,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채권채무증서에 피까지 준다는 말이 없다!” 하여 샤일록이 패소하였다. 이때 재판관 포샤는 제3의 길을 찾은 것이다.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들린 여인을 반대파들이 예수께 데리고 왔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들렸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시 율법에 의하면 간음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게 되어 있었다. 

만약 돌로 쳐 죽이라고 하면 사랑과 자비가 없는 예수가 된다. 살려주라고 하면 율법을 어긴 사람이 된다. 예수는 시간을 조금 지체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고 하나둘씩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반대파들은 다시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로마 황제 가이사에게 세금을 내야 합니까? 하나님께 물질을 드려야 합니까?” 그때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마라.’라고 하면 현행법을 어긴 결과가 되고, ‘세금을 내라.’라고 하면 로마에 협조하는 매국노가 된다. 예수님은 말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제3의 눈으로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옛날에 런던의 상인 하나가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막대한 빚에 시달렸다. 고리대금업자는 이 상인의 아름다운 딸에 눈독을 들이며 게임을 제안했다. 대금업자는 가죽 주머니 속에 흰 돌과 검은 돌을 하나씩 넣는다. 딸은 눈을 감고 그중에 하나를 고른다. 검은 돌이 나오면 딸은 대금업자의 아내가 되고 빚은 없어진다. 그리고 흰 돌이 나오면 딸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고 빚도 탕감된다.

대금업자는 상인과 딸을 조약돌이 잔뜩 깔린 정원으로 불렀다. 그리고 스스로 정원에서 돌을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여기서 악랄한 대금업자가 주머니에 넣은 돌은 둘 다 검은 돌이다. 딸은 이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그렇다고 돌을 고르지 않으면 아버지는 감옥으로 보내진다. 이 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이 딸은 고리대금업자와 결혼하기 싫다.

 

답-고리대금업자의 주머니 속에는 어차피 검은 돌 두 개뿐이다. 어떤 걸 선택해도 같은 돌. 그러므로 딸은 돌 한 개를 잡은 다음 고리대금업자나 제3자가 보지 못하도록 멀리 던져버리거나 돌이 가득한 땅에 버리면 된다. 물론 증인이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단 세명만 있는 곳에서는 이런 지혜를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고리대금업자가 억지를 부리면 소용이 없다. 반드시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해야 한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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