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들의 역사 교과서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놓고 흥분하는 내 친구의 거친 지적이다. 선무당이 굿한답시고 장구를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잡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핵심이 뭔지도 모르잖아? 굿은 무당이 해야지!”
역사 교과서 전쟁은 시작부터 엉뚱했다. 아니 치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 김무성 대표를 독재, 친일 후예라며 이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완영 의원(새누리)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이 빨치산이어서 검. 인정 교과서가 좌편향이 됐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교과서에 연좌제를 걸었다.
이후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공방’은 국민들을 진흙탕으로 몰아넣고 ‘네 편, 내 편’으로, 좌우 대립으로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지난 11월 3일 중학교 역사 과목과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을 2017년부터 국정으로 발행한다고 확정 고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국정의 한 축을 멈춰 세웠다. 참, 당황스럽다. 자기들 주장에 맞지 않는다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버릇은 여전하다. 우리의 정치 수준이다. 그리고선 4일 만에 민생을 챙긴다며 국회로 돌아온다.
교과서 위에 주판을 얹어놓고 정치 수를 계산하고 있는 것 같아 역겹다.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아니라 패거리 노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 문제 아닌가? 이게 정치 문제인가?
친일독재를 미화하려고 국정으로 발간한다고 유치한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학자들끼리 치열한 ‘토론’(‘공방’이 아니라)을 거쳐 역사를 바로 세워 보자거나, 각계 대표들을 모아놓고 토론을 해 바른 길을 찾을 수도 있지 않는가? 아니면 지금의 교과서에 문제가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던가.
전교조 출신들이 다수 참여한 민중사관 좌파 역사학자들이 만든 7종 교과서나 우파 사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교과서나 8종 모두 문제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일반적인 주장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다.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박정희가 빈곤에서 경제적인 부를 이룩했으며 김영삼 김대중이 있어서 민주화가 되었고 노무현의 노력으로 근로자들의 권익이 보장되었다. 역사의 굽이마다 그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가 나와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했다고 가르치면 학생들이 얼마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역사 교육은 정치적인 이념 교육이나 윤리 교육이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이다. 그래서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이냐 검. 인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국정교과서 추진을 반대하는 야당과 전교조 그리고 역사학계 등이 내세우는 명분은 역사의 다양성이다. 하지만 이들 검정교과서가 오히려 다양성이 지켜지지 않고, 왜곡 기술돼 있다는 게 이 정부의 판단이 아닌가? 특정 학맥 등으로 구성된 좌파성향의 끼리끼리 집필진이 모여서 교과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이들의 발호를 더 이상은 방관할 수 없다는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근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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