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자체 연합체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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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정치를 이끄는 4대 협의체가 뭉쳤다. 지난 9일의 일이다. 

이들은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여 전국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중앙정부 및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 연합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T/F팀을 발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4개 단체는 연합체를 구성해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는 지방자치법 개정과 교육·치안 등의 지자체 흡수통합,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에 한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또한, 협의체는 교육 전담 별도기관(지방 교육청)을 설치하도록 했던 법령을 지방의 일반사무로 관장하도록 고치는 등 일반·교육행정을 통합하고 제주에만 운영되는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방소비세를 단계적으로 부가가치세의 20% 규모로, 지방교부세 법정률도 21%대로 확대하는 지방재정 확충안과 부단체장 인원수를 늘리는 등의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에도 공동대응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중앙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얼핏 그 내용을 보면 그간 주장해 왔던 것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형식적인 면을 보면 바라보는 시각을 전혀 달리할 수 있어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혹은 지방정치)는 1952년 6ㆍ25전쟁 당시에 처음 치러질 정도로 국민들의 열망이 컸던 풀뿌리민주주의 제도다. 

이후 1960년도까지 진행되다 유신정권이 들어서면서 폐지됐다가 1991년 반쪽 지방선거를 거쳐 1995년도에 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 사실상의 근간을 마련했다. 그래서 각 지자체들은 올해를 지방자치의 성년, 20주년 기념의 해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은 단절됐던 지방자치를 재현하기 위해 단식을 벌여가며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신민당 총재)과 담판을 져 그 끈을 이었고 결국 그 결과물은 1995년도에 실현됐다. 당시 두 사람의 합의했던 지방자치는 현재 4개 협의체가 요구하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교육, 경찰까지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지방자치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방자치라는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 낸 두 전직 대통령이었음에도 불구, 두 사람 모두 재임기간에 이를 실현하지는 못했다. 정권을 잡고 나니 국가의 근간인 조직도 추슬러야 하고 재정안정도 도모해야 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선거를 통한 국민분열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흘렀다. 지방자치제는 이미 성년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도 꿀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네 단체를 이끄는 구성원들의 면면도 이를 반증한다. 전직 장관 출신의 단체장은 부지기수고 집권여당의 대표, 정책의장, 대변인 등 정권을 넘나들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이끌어 왔던 뛰어난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중앙 정부와 중앙 정치권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며 한데 뭉친 것이다.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형식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홀연 단신 단식투쟁을 이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강성 모양새다. 

이제 중앙정부나 중앙정치권은 “올해는 평민당 총재였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꺼져 가던 지방자치의 불씨를 살린 지 20년이 되는 해인데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해 단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절박한 심정”이라는 한 단체장의 읊조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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