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이제 그만하자

송수남.jpg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너른 광장이 갖춰져 있고 그곳엔 늘 축제 같은 게 벌어지고 있어 문화를 즐기는, 참 여유로운 풍경이라며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우리에게도 광장이 여러 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유명한 광장보다도 더 멋진 게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앞 광장이 아닐까.

 

그런데 이 광장은 대통령 취임식 때나 축제의 장소가 될까, 우리에겐 주로 싸움의 장소로 활용된다. 무슨 축제로 사용 허가를 받아 싸움의 전진기지로 전용하곤 한다. 그래서 그곳에선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단말마를 닮은 함성이 터져 나오곤 한다.

 

11월 14일 ‘민중 총궐기’로 광화문 광장이 광란(?)의 무대가 되더니, 20여일 만인 12월 5일 또 2차 ‘민중 총궐기’라는 걸 벌여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광장이 참 듣기에 거북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게 끝이 아니란다. 19일에도 모인다고 한다. 또 어떤 함성이 들려올까.

 

지난 11월 14일 그 거센 폭풍 같은, 온통 나라를 헝클어 놓은 난리만으로는 자기들의 주장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힘의 과시가 모자라 나라를 다시 뒤집어 놓아야 ‘뜻’을 이룰 수 있다? 1,2차 ‘민중 총궐기’의 목적이 뭐였지? 뜻의 관철인가, 힘의 과시인가?

 

데모가 법에서 허용되는 건 그들이 사회적 약자여서(지금은 이것도 의문이 들지만~) 의견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거나 억압에 의해 드러낼 수가 없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11월 14일 궐기만으로도 온갖 불법이 난무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는데, 그 불법에 대해선 오히려 당국에 뒤집어씌우고 정부가 무릎을 꿇을 때까지 나라를 거덜 내겠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국민의 생활을, 국민의 세금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나라를 다 때려 부숴야 한다?

 

폭력 시위를 하며 ‘가자 청와대로’를 외치는 이들은 이 정권을 타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1차의 불법 폭력 시위와 2차의 평화 시위는 말이 맞지 않는다. 평화시위는 위장이었다는 말인가?

 

경제가 또 얼마나 몸살을 앓을지 태산같이 걱정한다. 이제 그만 하자!

귀화한 한국인 인요한 박사는 ‘북한 체험기’ 강연에서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는지, 이 윤택한 생활이 어떤 눈물과 피땀이 모여 쌓인 것인지, 생각도 안한 채 보수 진보, 좌와 우로 ‘소모전쟁’을 하고 있다며 성숙한 민주주의는 ‘타협’이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까닭은 박정희 때문이고 그가 깔아 놓은 바탕에서 *구로공단에서 16시간씩 일한 근로자들, 머리카락 잘라 가발까지 만들어내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낸 여성 근로자들어머니들의 근면 절약 정신 교육이라고 짚었다. 밑바탕에서부터 일궈낸 이 귀한 나라를, 소중한 이 국가를 잘 지켜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그들이 그것을 때려 부수고 있다.

 

경찰은 부서진 경찰차를 새로 사고, 폭력 시위에 대비해 살수차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을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청구서로 내밀 것이다. 왜 그걸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가?

 

노총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이 나라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아니 나라의 근본(기본)을 책임지는 자리 아닌가? 그들은 양산박 산채 두령인가? 그의 권위는 나라를 얼마나 못쓰게 망가뜨렸는가에서 나오는가?

 

송수남 前 언론인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