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의 범죄행위는 처벌을 받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피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알아서 혹은 찾아주려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어 오고 있다. 증권범죄의 대부분은 검찰 수사에만 맡기는 경향이 있다 보니, 피해자들을 위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잊어지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제 금융당국도 이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하여 관련자들만 징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증권사 및 CEO에 대한 영업정지 및 형사적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대책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도 시급한 금융개혁의 현안으로 당연히 다루어져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주가 조작, ELS 조작, 채권가격 조작, 펀드 불완전판매 등 자본시장의 사기 행위가 일반거래 속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증권자산운용 업계가 구조적이고 광범위하게 불법행위가 만연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최근 채권파킹거래의 수사만 보더라도 불법수수료 범죄행위로만 증권자산운용사은행보험사 직원만 148명이 불법 행위로 적발된 것은 자본시장의 범죄가 얼마나 뿌리가 깊고 고질적이며 고착화된 업계 전반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의 고질적, 구조적, 기본적인 범죄행위를 현재의 모니터링 정도로는 부족하고 금융당국과 관련 금융사들에게 이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가시적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할 시점이다.
자본시장의 불법행위는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이지만 투자자 피해에 대한 피해구제나 보상의 방법은 얼마나 있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융그룹의 계열 증권사 내부에서도 불법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인의 범죄로 치부하며 쉽게 넘어가고, 회사의 책임을 면해 주는 금융당국의 행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룹의 회장조차도 자본시장을 우습게 보고 범죄를 저지르고 관련 증권사 임직원도 자본시장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을 보면서 한심한 국내 자본시장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는 국내 금융경쟁력 수준이 우간다와 비교되는 이유가 아닐까.
이 정도의 자본시장 상태라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고 건전한 증권시장이 작동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나 역할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투자자 책임 운운하며 투자자 피해보상에 인색한 금융사, 금융당국, 사법부의 인식의 변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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