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도가 배혜정 대표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한일정상회담 당시 오찬 자리에서 손에 막걸리 잔을 들었다. 흔히들 공식석상에서 애용되던 와인을 담은 유리잔 대신 양국의 화합을 의미하는 자색 고구마 막걸리로 건배한 것. 정상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마력의 술, 막걸리를 상품화 한 이가 바로 배혜정씨(배혜정도가 대표)다.
60년을 올곧게 전통주를 만드는데 바쳤던 고(故) 배상면 국순당 대표의 장녀인 혜정씨는 남편의 일본발령으로 찾은 일본에서 가업을 소중히 철저하게 잇고 있는 그들의 장인정신에 매료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전통주 산업에 뛰어든 배 대표는 실패를 거울삼아 전통의 현대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배 대표는 ‘최상의 재료가 최고의 맛을 낸다’는 마인드로 질높은 원재료를 찾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는 “산지의 원료만큼 신선한 맛과 유통의 스피드함을 따라올 수 없죠. 앞으로 6차 산업을 회사 백년대계로 정한 만큼 지역 원료의 기반과 지역 농가와 상생으로 빚어낸 대표 가공품을 생산, 1·2차 산업과 조합원이 주축이 된 관광산업의 로드맵을 짜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크는 기업으로서 우리 배혜정도가는 앞으로도 전국의 지역 원료를 기반으로 한 증류주를 개발·연구하는 데 아낌없는 투자로 제2·제3의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리적으로 바닷가와 가까워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한 화성의 송산포도와 배에 주목한 배 대표. 화성시 정남면 서봉로에 소재한 배혜정도가 양조장과 가까워 재료수급이 쉬어 신선한 맛을 공급받을 수 있기에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으로서 상생의 경영도 꾀할 수 있다는 그의 경영 마인드가 녹아있는 선택이었다고.
제품출시를 위한 공정은 순조로웠다. 특히 화성시는 현재 송산포도의 지리적 표시제를 진행, 원료의 가공품 육성 및 관광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지난 2011년 화성시 농정과·유통사업단의 연계로 제조에 돌입했다.
그래서 태어난 제품이 바로 ‘송산포도생막걸리’. 출시 이후 대형할인점 및 농협 등지서 판매되는 이 막걸리는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대표 남윤현)이 재료를 공급, 배혜정도가의 특화된 기술력과 지자체의 노력이 함께 빚어낸 명품술로 꾸준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 수원지구원예농협화성산지유통센터(대표 이덕수)로부터 배를 공급받아 발표시켜 증류한 제품 ‘이담’(梨)은 농림축산식품부 우리술품평회에서 2년 연속 수상(2012년 기타주류부분 최우수·2013년 우수상)한 증류주로서 중국인 대상 면세점 및 수출품으로 국내 출시를 위해 형제 브랜드인 ‘배도가 로아’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배 대표는 “아버지가 생전에 우리 술의 기본인 막걸리를 빚어보지 않으련? 하고 건네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번역·설명해주시던 ‘조선주조사’(朝鮮酒造史)를 통해 힌트를 주셨죠. 합주(合酒)의 가치를 알고 사라져간 것을 다시금 부활시키라는 자상한 충고가 귓전에 생생합니다”라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가업을 잇고 지역과 함께하며 음료문화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및 수출증대로 매서운 한파만큼 좀체 기지개를 펴지 못하는 지역경제를 살려 달큰한 막걸리향이 여기저기 피어나길 바란다는 배 대표의 소망이 새해의 기운처럼 희망차다.
화성=강인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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