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몽당연필의 꿈

연필꽂이 통 안에 가득 들어차

쪼그려 앉은 몽당연필들이

누가 더 작아졌나 아옹다옹 내기를 한다

닳고 닳아 뭉툭해진 까만 연필심

연필깎이 톱니바퀴에 갈겨나가고

때론 칼에 쓸려나가고

앉은뱅이인 채로 제대로 서지 못해

벽에 낀 채로 기대어 서있다

발맞춰 일렬로 책상위에 쭉 눕혀진

한 움큼 연필들의 도토리 키재기 시간

누가 더 줄었나 손가락으로 훑고 지나가면

제일 작은 놈이 일등이 되어 환호를 받는다

언젠가 키 큰 나무로 초록의 이파리를 지닌 채

위풍당당 받아먹던 햇빛은 창 너머에 있고

어린 새싹들의 손에 들려 종이에서 꿈을 그리는

작아지고 작아진 나무

손가락 사이에서 곧추세워 또 다른 꿈을 꾼다

 

부산 출생. <수원문학> 신인상,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저서 <꿈꾸는 독서 논술>, 시집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스토리예술협회 연구위원. 열린 생각 독서문화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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