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졸업과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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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영하 17도의 동장군이 다시 찾아온 날, 아침부터 야행성인 영혼이 자유로운 아들은 평소와 달리 부산하다. 이유인 즉 오늘 자기처럼 나이든(그래 봤자 기껏 30대 초반) 후배의 졸업식에 아무리 추워도 격려차 꼭 가야 한다나?

 

자기의 소신과 열정, 즐거움으로 일에 몰입하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약간의 부러움으과 함께 마음이 놓이는 것은 왜일까?

 

10년 전 나는 오로지 강한 자립심을 키워 주고 싶어서 그나마 훈련이 고생스럽다는 해병대 지원입대의 조건을 걸고 돈으로 아들을 회유(?)하였다. 제대 후 그 보상으로 갔던 수개월간의 국내.외의 자전거 여행에서 자기 앞날에 대한 비젼을 갖게 되었으니… 이건 지금도 추천하는 나만의 ‘적성 찾기’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조차도 명문대 입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 미래학자들은 “2030년경에는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암기한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시험도 사라질 것이고 점수 몇 점 차이로 등수를 가리는 일도 무의미해진다. 즉, 앞으로의 시험은 어떤 정보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친구들과 협의 제작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2020년부터 기존과목을 소통(Communication), 창의력(Creativity), 사고력 (Critical Thinking), 협업(Collaboration) 등 ‘4C’로 대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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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특정 직업을 염두에 두고 유·초등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넌 센스이다. 왜냐하면 가까운 미래인 15년 후 2030년까지 현재 직업의 60%가 사라지며 교육은 ‘평생교육’ 형태로 갈 것이다. 부모·교사·교수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오히려 요리사, 정원사, 수리공, 목수, 보모 등의 단기간에 기계로 대체되기 어렵고 많은 감각운동 작업이 따르는 직업들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지금 기성세대가 ‘노는 일’로 여기며 무시하는 수많은 예술적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 경제사상가 다니엘 핑크(Daniel Pink)가 왜 미래 인재의 여섯 가지 덕목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꼽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재홍 신안산대 호텔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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