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려한 산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 등에 의해 단절되고 말았다. 산 정상부분까지 고갯길이 관통하면서 산허리는 잘려나갔고 아스팔트로 뒤덮이면서 동물들의 이동로가 차단돼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이같은 생태계 파괴는 생태계를 단편화 하고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양주시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천보산도 마찬가지다.
인근 포천과 시 경계를 이룬 탓에 양쪽을 잇기 위한 고갯길이 생기고 아스팔트로 포장되면서 산허리를 따라 이어져 오던 한북정맥이 천보산 어하고개에서 끊겨버렸다. 이에 양주시가 생태계 보고를 복원하기 위한 생태통로 설치사업에 나섰다.
생태통로는 단절된 생태계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이 원활하게 생태적유전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천보산 줄기가 생태통로로 이어지면 긴 녹지축이 형성돼 야생동물 보호는 물론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어 친환경적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허리 끊긴 한북정맥
하늘아래 보배로운 산이라 불렸던 천보산(天寶山ㆍ335.5m). 한북정맥이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235m봉에서 한북정맥과 갈라져 남서쪽으로 직진하는 능선으로 약 2㎞ 더 나아가 빚어진 산이다.
양주 구읍(舊邑)의 중심이었던 읍치(邑治)로부터 동쪽으로 10~12㎞(25~30리) 거리의 포천과 경계를 이루며 양주시 동쪽으로 길게 뻗어내려 의정부까지 이어진다.
한북정맥과 한북왕방지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의 보고인 천보산은 산 중턱에 조선조 최대 왕실사찰이던 회암사를 품고 있고, 조선조 왕들의 사냥터였던 각 봉우리마다 사냥 이야기가 담긴 일화들이 가득하다. 천보산은 양주시를 비롯해 인근 의정부시, 포천시 주민들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이 수시로 오르내리는 인기 있는 산이다.
주능선을 가운데 두고 작은 지능선과 계류들을 횡단하는 숲길들도 잘 조성되어 있다. 양주시 삼숭동과 양주2동 자이아파트 뒤편 산자락에는 산림욕장과 ‘양주 숲길’이 조성돼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백두대간 추가령에서 분기한 녹지축에 위치해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의 이동이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자연의 보고 천보산도 인간들의 편리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천보산으로 인해 가로막힌 양주시와 포천시를 잇기 위해 지방도 56호선이 회암령을 자르고 지나갔다. 양주와 포천을 잇는 일명 어하고갯길이 관통하면서 한북정맥도 함께 끊겼다.
허리가 잘리고 하루 3천433대가 통과할 정도로 대형 차량의 통행이 잦아지면서 오소리 등 산짐승의 로드킬이 속출했다. 뿐만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을 피하려다 운전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생태통로 조성이 시급한 이유다.
■ 천보산 어하고개 생태축 복원사업
어하고개 생태통로 복원사업은 양주시와 포천시 경계부의 도로로 인해 단절된 천보산 어하고개 정상부에 생태통로를 설치, 야생동물들의 이동로를 확보함으로써 단절된 생태축을 복원하고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사업이다.
생태통로가 설치되는 양주시 율정동과 포천시 이동교리를 잇는 어하고개에는 국비 17억7천700여만원, 도비 3억8천만원, 시비 3억8천100여만원 등 총 사업비 25억3천800만원이 투입돼 양주시 율정동과 삼숭동, 포천시 이동교리 일원에 길이 31m, 폭 22m의 최신 공법의 DW 지중아치(프리캐스트 아치형) 생태통로 1곳과 야생동물 이동로, 유도울타리, CCTV, 보행자 동선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생태축 연결 복원사업은 환경부, 국토부, 산림청 등이 지난 2013년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을 연결 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추진한데서 시작됐다.
각종 개발사업과 산지개발로 단절되거나 훼손된 백두대간을 비롯한 주요 생태축에 2017년까지 생태통로 50개를 설치하고 보호지역 내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추후 10만여명이 거주할 옥정신도시 입주가 본격화 하면 통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주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014년 8월부터 환경부와의 협의를 시작했고 9월말 환경부 관계자와 함께 녹지축이 단절된 상태의 어하고갯길 현장을 둘러보고 생태통로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월 경기도가 세운 경기도 야생생물 보호 세부계획 수립에서 어하고개가 생태통로 우선 설치가 필요한 지역으로 평가받됐다. 당시 평가에서 생태통로 설치시 남북으로 긴 녹지축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원활한 이동이 예상되며, 생태통로의 중요도가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어하고개는 양주시 삼숭동의 44.6ha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유치지구보호구)과 연결되는 지역으로 야생동식물보호에 중요한 위치인 점이 집중 부각됐다. 양주시의 다각적인 노력 끝에 지난 2014년 12월 환경부로부터 한반도 생태축 복원을 위한 어하고개 생태통로 설치사업이 선정돼 국비 17억원과 도비 4억원 등 총 21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시는 생태통로와 야생동물 유도울타리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올해 6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어하고갯길이 생태통로로 연결되면 한북왕방지맥 생태축이 복원되고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야생동물 생존 터전이 마련돼 지역생태계 보존과 함께 환경친화적 도시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남북으로 긴 녹지축이 형성돼 많은 동물들의 이동이 예상돼 동식물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통로는 동물과 사람들이 오가는 생명의 다리다.
생태통로가 이어지면 오랜 단절로 끊겼던 산의 정기가 이어지고 생태통로 한편에 야생동물 이동에 지장이 없도록 조성되는 탐방로를 통해 동두천부터 의정부까지 천보산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이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는 통로가 마련되는 것이다.
윤석배 환경관리과장은 “어하고개가 생태통로로 연결되면 연간 40건에 이르는 로드킬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야생동물의 이동성 확보에 따른 서식지 안정화는 물론 생물종 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해 도시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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