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관계적 사고와 경청

최근 신문에서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칼럼을 읽었다. 칼럼의 요지는 행복은 부나 명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사회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정말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입시위주 교육은 인성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할 아동 및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풍조를 만연시켰고 남들보다 우월하게 보이기 위한 기술과 스펙을 쌓는데 에너지를 쏟도록 한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상호 협력하여 무엇인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관계적 사고’는 무시된다. 실제로 많은 학교들은 발표나 토론수업을 할 때 합리적, 논리적 사고에 기초하여 대화를 주도하며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설득력은 단순히 논리적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과 배후에 있는 그의 감성을 살피는 관계적 사고에서도 나올 수 있다. 타인을 설득시키는 것이 단순히 논리적 타당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의 마음을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청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면 경청교육을 어떤 식으로 실행할 것인가? 우선 경청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경청은 타인의 말을 단순히 듣는 소극적이고 보조적인 행위가 아니라 대화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핵심적 토대이다. 경청은 우선 타인의 말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표현함으로써 관계유지에도 기여하는 대화의 핵심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

 

대화의 핵심행위로서 경청은 언어와 비언어 유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비언어적 경청은 ‘시선집중하기’ 나 ‘고개 끄덕이기’, ‘메모하기’, ‘가볍게 미소 짓기’ 등으로 나타난다. 경청교육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상황에 적절하게 경청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진정성 없이 형식적으로 취하는 경청은 문제가 된다.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도록 구체적 표현법을 제시하고 실습하도록 해야 한다.

 

언어적 경청은 타인의 말에 대해 언어적으로 반응하는 행위를 나타내며, ‘맞장구’, ‘질문하기’, ‘지지하기’, ‘조언하기’ 등이 있다. 언어나 혹은 비언어 경청을 선택하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경청교육의 핵심은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그의 감성을 살피고 반영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이 자신에게 집중했다면, 관계적 사고를 키우는 경청교육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교육이다.

 

설득력과 소통능력은 타인의 말을 많이 듣고 핵심만 적게 말하는 행동에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화를 지배하는 데만 가치를 두고 경청에 대해 무관심하다. 성숙한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룬다. 높은 산의 정기와 수려함은 깊은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이 없으면 높은 산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다. 경청교육을 통해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살피는, 그런 계곡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으면 한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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