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정책대결이 펼쳐지고 감동 있는 슬로건 속에서 새 정권이 탄생하거나, 새 정부로 교체되고 국민들은 희망에 부풀어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 열심히 살아가는~’ 어느 선거도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 적이 없다.
선거는 시작하면서, 운동 과정에서 그리고 끝나고 나서 온갖 흑색선전에 헐뜯기,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방에 고소 고발은 연례행사가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 게임에 들어가기도 전에 또 황당한 꼴을 보고 있다.
민주당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꿔놓은 안철수 대표가 내로라하는 정객(꾼)들을 모아 ‘국민의 당’을 만들었다. 그 ‘힘 센’ 국회의원이 18명이나 되고 쟁쟁한 배후 지원세력까지 업고 진군의 나팔을 울렸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때인 엊그제 문패를 바꾼 동네, ‘더불어 민주당’에서 ‘대장’ 김종인이 “다시 합치자”고 슬쩍 제안을 했다.
황당한 일은 ‘국민의 당’의 반응이다. ‘더 민주’ 김종인 위원장의 ‘통합’ 한마디에 온통 난리가 났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꼴이다. 명분도 마련돼 있다. 여당의 180석(개헌선)은 막아야 한다나. 안철수를 빼고는 모두 만나 대화해 보자는- 그 맨 앞에 김한길이 있고…. 이 문제로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이 충돌, 김한길의 탈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 사람들 탈당하고 새 당을 만든 게 얼마나 됐다고 이럴까. 탈당할 때 국민들에게 뭐라고 했지? 새로운 지대에서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었나? ‘공천을 못 받을까 봐’가 맞는 모양이다. 창당은 그저 ‘공갈의 근거’를 마련키 위한 얍삽한 술수였나? 그 정도의 인물들이었나? 대부분 정치 지도자들이었는데~? 지도자?
삼국지연의에 보면 의리와 배신이 칼춤을 춘다. 그 중의 압권이 여포다. 당시 대세였던 동탁이 많은 보물과 명마 중의 명마였던 적토마를 주면서 매수해 원래 주인인 정원을 없애고 동탁에게 귀순, 그의 양자로까지 중용된다.
그러나 책사 왕윤이 양딸 초선을 이용한 미인계로 둘 사이가 갈리고 왕윤의 부추김으로 동탁마저 죽여 배신의 대명사가 된다. 동서양의 배신사(背信史)를 보면 배신자는 가장 가까이에 있다.
안철수와 김한길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만들어 공동대표를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같이 탈당하고 창당하고…. 둘 사이가 틀어진 이유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그런 밴댕이 속으로 정치를 하는가?
다시 돌아가? 물을 엎질러 놓고 주워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필자가 얘기했던 조지훈의 지조론을 아직 안 읽은 모양이다. 아니 그 보다 먼저 삼국지를 읽어 난세의 세력과 권력 판도의 흐름을 익히고 지조론으로 넘어 갔으면 한다.
그리고 논어로 가자. ‘정치란 올바름(政者,正也)’이라고 공자는 가르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배신자들의 앙갚음과 복수가 넘쳐나는 상멸(相滅)의 과정일 뿐이다. 정치 환멸이 정치적 무관심을 가중시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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