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안양지구대의 ‘북새통 화장실’

자정을 넘긴 시각이 되면 안양지구대는 북새통이다. 사건과 연관된 사람도 많지만, 또다른 큰 이유는 화장실이다.

 

안양지구대는 안양역·안양일번가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1천359명에 달하며, 지난해 상반기 1인당 112신고 출동건수가 1만3천910건으로 집계돼 도내 최다 출동건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하루 평균 110여건의 신고 접수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자정’은 이런 지구대원들을 더 피곤하게 한다. 인근 안양역과 지하상가가 폐쇄되면 생리현상을 해결할 마땅한 공중 화장실이 없어 시민들이 지구대 화장실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구대도 공공시설인 만큼 시민들을 위해 화장실을 열어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화장실 이용 시민과 사건 관련자들이 뒤섞이면서 발생하는 잦은 시비나 사건 관련자들의 도주 우려로 인한 감시는 지구대원들에게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사건 처리 건수가 2배 이상 많은 봄과 여름을 앞두고 걱정은 더욱 태산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공서로서 시민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외부인의 출입으로 야기되는 보안문제나 또다른 사건은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 놓는다.

 

이런 안양지구대의 화장실 문제는 경찰도, 안양시도, 안양역을 관리하는 코레일도 알고 있다.

지구대는 지난 2014년부터 인근에 화장실 설치를 시와 논의하고 있지만, 시는 해당 부지가 코레일과 안양민자사역 소유로 돼 있어 불가능하다고만 한다. 시유지가 아닌 사유지라는 것이다. 정식 건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코레일도 선뜻 내키지는 않는듯하다.

 

시민들이 쓸 그리 크지 않은 화장실 하나를 놓고 1년이 넘도록 부지조차 마련치 못하는 이 상황을 지켜보자니 대통령이 약속한 ‘손톱 밑 가시’ 제거는 공공기관 간에는 그저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안양=양휘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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