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美 보여줬던 ‘이세돌의 도전’

인공지능 승리로 끝난 세기의 대국
李 “승패떠나 바둑 가치 계속될 것”

▲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에서 첫 수로 우상귀 소목에 흑돌을 두고 있다. 구글 제공
‘인류대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결이 인공지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승패를 떠나 인간이 바둑을 두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은 지난 8일 알파고와의 대국에 앞서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질 수도 있다”면서도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뜻밖의 3연패를 당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값진 1승을 거뒀다. 첨단 기술 앞에서 인간이 무력하게 물러나지 않음을 상징하는 1승이었다.

 

상승세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의 최종 5국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에 280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거대 IT기업 구글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알파고는 한 번 약점을 보였다고 쉽게 무너지는 상대는 아니었다.

 

이세돌이 처음 마주한 알파고는 생각보다 매우 강력했다. 치밀한 수 읽기와 강한 전투력, 무엇보다 이세돌 9단의 공격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기계다운 냉철함이 무기였다.

결국 1국에서 승부수(102수)에 허를 찔려 무너진 이세돌 9단은 당황한 듯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2국에서 이세돌 9단은 새로운 작전을 펼쳤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연상케 하는 안정적인 바둑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알파고가 승리했다.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저돌적인 ‘이세돌 표’ 바둑을 선보였다. 거침없는 흔들기로 알파고를 ‘장고’에 빠트리기도 했지만 알파고는 유연하게 이세돌 9단의 공격을 피하면서 철벽을 쳤다.

 

이세돌 9단이 3연패를 당하자 어느새 대국 양상은 ‘알파고의 도전’이 아닌 ‘이세돌의 도전’으로 바뀌었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은 급하지 않게 복잡한 판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공격 시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알파고의 중앙 허점을 노린 ‘신의 한 수’(78수)를 끼워넣어 경이로운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5국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집바둑 대결을 하며 컴퓨터와 계산력으로 맞대결하는 새로운 도전도 했다. 불굴의 투지로 이미 인간의 자긍심을 높여준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바둑계에 던진 충격도 두려움이 아닌 흥미로움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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