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를 두는게 신기… 이세돌 그래도 잘 싸웠다”

명지대 바둑학과에서는…
중국·터키 등 세계서 모인 학생들 ‘세기의 대결’ 존경과 응원 보내

“이세돌 9단이 흑돌로도 이기기를 바랐지만 이제까지 잘 싸워온 것 만으로도 바둑인의 한사람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세기의 바둑대결’을 함께 관전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학생들은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이 9단에 대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알파고가 초읽기에 몰리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끝까지 이 9단을 응원했다.

 

15일 오후 1시께 용인에 위치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강의실. 바둑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학생 50여명이 이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결을 함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특히 바둑의 매력에 빠져 세계에서 유일한 바둑학과를 찾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은 물론 루마니아, 터키,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에 온 외국인 대학원생들까지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댔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은 이 9단과 알파고가 한 수, 한 수를 둘 때마다 다음 수를 바삐 예측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등 연구에 몰두했다. 또 중국과 미국 등 현지에서 진행되는 중계방송을 휴대폰으로 보면서 각국의 해설을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은 “흐름이 안 좋다”, “이런 수를 둔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등 여기저기서 다양한 해설을 하는가 하면 다소 유리한 형세라는 해설이 나올 때에도 “지금은 불리한 듯 보이는 우하귀도 계산된 수일 수 있다”며 전문가 못지 않은 집중력을 뽐냈다. 또 예상하지 못한 한 수가 나올 때마다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첫날부터 함께 모여 경기를 본 학생들은 지난 일요일 이 9단이 승리한 4국만 각자 집에서 봤다. 때문에 기쁨을 다함께 누리지 못해 아쉬워하며 마지막 경기도 꼭 승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결국 학생들은 환호 대신 존경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야 했다. 

중국에서 유학을 온 쑨관췬 학생(23ㆍ여)은 “이번 대국을 통해 바둑을 모르던 사람들이 바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만큼 앞으로도 바둑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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