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오지 화성 서부권] 1. 심정지뇌출혈 골든타임 없는 시청 소재지

응급환자 1분 1초가 급한데… 응급실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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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0만명의 화성시는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시청사가 있는 남양읍을 비롯한 매송비봉마도송산서신면 등 서부권은 오지나 다름없다. 응급실이 없어 인근 수원, 안산까지 원정을 가야 한다. 변변한 문화체육시설은 커녕 그 흔한 영화관조차 없다.

오죽하면 지난 2014년 6월 행정자치부에서 유례없이 남양동을 남양읍으로 전환했을 정도다. 본보는 화성 서부권의 현 실태와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오후 6시50분께 화성시 남양읍 신남리 한 버스정류장 앞. A씨(54ㆍ여)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 의식 상태 분류단계에서 가장 심각한 혼수상태(coma)였다.

 

곧바로 119 구급대에 신고됐다. 구급대는 15분 후인 7시6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A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7시39분이었다. 신고된지 48분만이다. 인근에 응급실이 없어 수원 성빈센트병원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32㎞나 떨어진 곳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오후 3시11분에도 마도면 한 주택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B씨(33)가 약물을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B씨는 집에서 29㎞ 떨어진 안산시 한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신고 후 38분 만이었다.

 

이처럼 화성시 서부권 시민들은 기본적인 응급의료 혜택을 못받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인 동수원남양병원(89병실 규모)이 응급의료기관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병원은 수익성 저하로 2014년 10월 아예 문을 닫았다.

 

이에 6만5천여명에 달하는 서부권 시민들은 불안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쓰러지면 남양읍사무소 기준으로 16.71~21.97㎞ 떨어진 응급실로 가야 한다. 화성중앙종합병원(향남읍ㆍ16.97㎞), 한림대 동탄성심병원(29.35㎞), 안산 고대병원(17.79㎞), 성빈센트병원(수원ㆍ21.97㎞), 수원 신병원(16.71㎞) 등이다.

남양읍에서 서쪽으로 7~20㎞ 떨어진 마도ㆍ송산ㆍ서신면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 도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서부권에선 하루 평균 11.8건의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시는 임시방편으로 동수원남양병원 폐업 2개월 후 민간 이송업체 구급차 1대를 시청에 24시간 배치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이마저도 중단했다. 이를 이용할 경우 환자가 10만원 안팎(7만~9만원+거리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청 옆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중인 ‘남양뉴타운’에 종합병원을 유치키 위해 동분서주 했다. 대형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수차례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성을 이유로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나민수 화성애향청년회장(43)은 “응급실이 없는 서부권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공공병원 건립 등 응급의료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공공장례식장 도입, 메모리얼파크 조성 등 보다 시급하게 해결되야 할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응급실 확보가 급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서부권역에 종합병원 신설이 확정된 곳은 없다”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병원 유치 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서부권에 노인을 상대로 한 시립요양병원을 건립키로 하고 타당성조사를 벌였다. 야간진료를 검토하고 있지만,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화성=박수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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