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공공뮤지엄 경영합리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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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합리화는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전지구적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IMF체제하의 대처 수상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통해 이들의 방만경영을 다잡고 운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신자유주의는 경제를 전적으로 시장논리에 맡기는 입장으로 국내에서는 문민정부의 이래 국가의 경영혁신이란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와선 공기업의 민영화가 국가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공공뮤지엄의 민영화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영화 논의이다. 국가기관으로 운영되던 미술관을 책임경영기관으로 그리고 다시 민간법인으로 전환코자하고 있지만 수년째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미술계의 반발이 심하여 구현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영국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공공뮤지엄을 민간조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이미 자신들의 정책을 실패로 선언한 바 있다. 그 실효성보다는 연구기능 축소, 전시의 질적 저하 등 뮤지엄의 본령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상업주의적 폐해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의 ‘공공기관경영합리화 용역과제보고’에 따르면, 기관의 통폐합 등 강력한 합리화방안이 제시되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이 수탁운영하고 있는 도립뮤지엄의 일부를 민간위탁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초안으로 심도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지만 뮤지엄을 단순한 ‘전시시설’로 이해하고, 과다한 관리운영비의 해소 방안에만 촛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뮤지엄은 전시시설이 아니라 국가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 가치를 재생산하는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 절대적으로 민간이나 시장이 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사립뮤지엄들의 극심한 경영란은 그 반증이다. 시장실패 영역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영역이 부담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기본이다. 대표적 시장실패의 영역인 뮤지엄을 민영화나 민간위탁할 경우, 그 본령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구한 뮤지엄의 역사를 가진 구미의 경우, 우리와 달리 시장과 경제논리의 도전을 받더라도 본령이 흔들리진 않는다. 재정자립도 제고나 민간경영방식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뮤지엄의 튼실한 기초를 위해선 컬랙션과 전문인력 확충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단계이다. 뮤지엄은 국가문화유산의 R&D기관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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