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언더독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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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에는 맨유, 첼시, 아스널 등 유명 구단이 즐비한데 유명 구단 소속 스타 플레이어들 몸값만 합쳐도 웬만한 소국의 GDP 수준이라는 우스개까지 있다. 이런 EPL에서 무명팀이었던 레스터 시티가 3월말 현재 19승 9무 3패로 2015/16시즌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창단 132년만에 EPL 최초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레스터 시티처럼 스포츠에서 우승 가능성이 낮은 팀이나 선수들은 흔히 ‘언더독’으로 불린다. 언더독은 원래 투견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처럼 세력이 불리한 약자를 뜻한다. 잘 알려진 언더독으로는 돌팔매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렸던 소년 다윗이 있다. ‘언더독 효과’란 EPL 약체였던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응원하는 것처럼 스포츠나 선거 등에서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현상을 뜻한다.

 

경기지역 기업 중에도 언더독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올린 강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수년전 한국방송 프로그램 ‘히든 챔피언’에서 국내 유망 강소기업들을 소개한 바 있다. 분당의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마이다스 아이티’와 군포의 광학 전문회사 ‘휴비츠’ 등도 당시 프로그램에 등장했는데, 모두 언더독에서 출발했지만 꾸준한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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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은 스타트업(소규모 창업기업)을 포함한 벤처 창업 육성에 필요한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편이다. 지난주 판교 테크노밸리에 문을 연 ‘스타트업 캠퍼스’ 역시 전국 최대 규모의 신생벤처기업 육성기관으로서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창업, 성장, 해외진출 등 기업성장에 필요한 핵심 요소의 체계적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언더독’처지에서 창업 단계를 밟아 왔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 자립하려 애쓰는 기업을 보살피는 일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제 봄 기운이 완연하다. 새싹처럼 푸른 기운이 충만한 언더독 기업들에게도 용수철같은 봄기운이 왕성하게 발현되어 가까운 미래에 언더독 효과를 풍부하게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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