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도 나전칠공예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주름질 중심의 기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螺鈿匠)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국 최대의 가구업체가 모여있는 포천에서도 나전칠기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가구 만들기에 나섰다. 이에 전통의 맥을 이어온 전통공예 ‘나전(螺鈿)’을 소개하고자 한다.
■ 비슷한 제품은 있어도 똑같은 제품은 없다
‘나전’을 풀이하면 소라 라(螺), 비녀 전(鈿)이다. 다만, 금이나 은판을 오려붙인 것은 따로 평탈(平脫)이라고 부른다.
‘나전’이란 말은 한국·중국·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한자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라는 고유어를 써 왔다. 따라서 그 만드는 일을 ‘자개박이’ 또는 ‘자개박는다’라고 일컫는다. ‘나전칠기(螺鈿漆器)’란 목기(木器)의 바탕을 소재로 나전을 가공, 부착하여 칠을 한 공예품을 말한다.
감입기법에는 나무바탕을 직접 새겨 상감(象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칠 바탕 위에 자개를 붙이고 다시 칠을 올린 뒤 표면을 연마하여 무늬가 드러나게 하기 때문에 ‘나전’에는 으레 칠이라는 말을 붙여 ‘나전칠기’라고 쓰는 것이 상례이다.
‘나전’ 기법은 중국 당나라 때에 성행했으며, 우리나라에 전래된 초기에는 주로 백색의 야광패(夜光貝)를 사용했으나 후대에서는 청록빛깔을 띤 복잡한 색상의 전복껍데기를 많이 사용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목기와 더불어 칠기가 발달된 나라이다. 옻칠의 흔적은 일찍이 청동기시대 유물에서도 발견됐지만 낙랑문화가 직접 유입되면서 칠공예 발달의 획기적인 계기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존하는 유물로는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단화금수문경’(螺鈿團花禽獸文鏡, 국보 제140호, 호암미술관 소장)이 있다.
‘나전칠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무려 제작 공정이 25가지에 이른다. 그리고 모두가 수작업이기 때문에 비슷한 제품은 있을지언정 똑같은 제품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개장’은 자작나무 합판에다 창호지와 삼베를 덧댄 후 열번 가량의 옻칠을 한다. 백골의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표면을 고르게 하고 백골의 틈을 메우기 위해 칠죽을 발라 자개를 붙이는 준비를 한다. 이어 자개를 백골에 붙인 다음 연마, 옻칠, 광내기 등 과정을 거쳐 마침내 오색 영롱한 ‘나전칠기’가 완성된다.
시도 86만여㎡ 부지에 2022년까지 들어서는 K디자인 빌리지 안에 ‘전통공예 사관학교’를 세워 각 분야별 명장·명인 50여명을 교수로 초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맥을 같이하고 있다.
김남현 기업경제과장은 “이미 50여명의 명장, 명인들이 교수초빙에 확약했다”고 밝혀 현실성을 높여주고 있다.
■ 5명의 명장·명인이 만드는 진정한 ‘명품’
포천 ‘나전칠기’는 5명의 명장과 명인들의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윤제인(70) 화가는 서양화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못 그리는 그림이 없을 정도 그림의 대가이다. 그림만 50년을 그리며 살아왔다. 특히 인물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때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때 그가 그린 양국 대통령 인물화가 서울시청에 걸리기도 했다.
지금도 롯데월드 천장에는 그의 작품이 새겨져 있다. 나전칠기에 새겨진 그림 대부분 그의 작품이며, 30여년째 그리고 있다.
소목장 박태준씨(60). 나무를 깎고, 다듬고, 뼈대를 세우고, 짜 맞추는 일을 35년째 해오고 있다. 나전칠기의 특징은 못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상들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나무를 짜맞춰 장을 완성했다. 그도 그 기법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의 장을 짜고 있다.
옻칠 명장 권영진씨(60).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113호 칠장 이수자이며, 대한민국 칠기명장(493호)이다.
그는 “옻칠(목심접피칠기)는 나전칠기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옻칠한 후 습도 80%와 온도 25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예민하며, 이게 맞지 않으면 백화현상(삭아버린 상태)이 생긴다”고 말한다.
유영기씨(52). 그는 자개 생산하는 일을 30여년 째 해오고 있다. 자개의 원료는 전복 껍질이다. 전복 껍질을 고도의 열처리로 반듯하게 펴 가공한 후 꺾음과 끊음질을 잘할 수 있도록 양질의 자개를 생산한다.
문화재 기능 보유자 김인영씨(55). 그는 나전칠기의 명인이다.
고품격, 고부가가치의 나전칠기 제작에 인생을 걸고 있다. 화려한 그림따라 자개를 한줄 한줄 붙이며 꺾는 기술은 30여년의 정열과 땀이 배였기에 가능하다. 그의 꿈은 젊은이들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우수한 전통공예 나전칠기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그는 “이태리 제품을 우리는 명품이라 하는데 똑같은 제품이 수천, 수만개 나오는 것이 어찌 명품이겠느냐”며 “우리 나전칠기야말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명품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나전칠기는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조상들의 지혜와 땀, 정성이 묻어나는 우리 전통의 맥이다. 그 우수성 또한 세계적이다. 중국 요커들도 이 나전칠기 제품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그 작품성에 감탄을 한다. 전통의 맥을 이어가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나전칠기, 이들의 땀과 열정이 있기에 세계적인 명품으로 거듭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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