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프랑스와 벨기에의 테러사태를 보며

최근 유럽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사태를 보면서 그 주도세력이라고 여겨지는 소위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 두 나라가 그동안 무슬림을 비롯한 타문화에 대해 열려 있는, 포용하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심장부를 공격했으니 두 나라의 국민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슬람 급진세력인 IS를 단순히 사악한 집단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럽에서의 테러사태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었던 유럽인들을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감행했을까? 필자는 그동안 유럽에서의 다문화 포용정책이 상징적 수준에 머물렀던 점이 테러문제를 키웠던 하나의 요인이라고 본다.

 

필자가 유학을 했던 독일의 사례를 들어보자.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기존의 자민족 중심의 가치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적 가치들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외국으로부터 많은 이민자, 노동자, 유학생들을 수용하면서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다양성의 추구는 ‘톨레랑스’ 즉 관용의 가치와 맞물려 다름과 차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확산시켰다.

 

하지만 독일인과 외국 이민자 간의 벽은 여전히 철옹성처럼 느껴진다. 그들 간의 융화를 방해하는 사회제도적, 심리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제도적 장벽은 톨레랑스에 기반한 왜곡된 문화정책이라고 본다. 관용의 태도로 타문화들을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이들을 ‘소수자 문화’, ‘주변문화’로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자기문화 우월주의, 타문화에 대한 차별은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공존하며 소통하는 통로를 막는다. 외형적으로는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공존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주류 문화에 대한 차별과 이로 인한 불통이 테러의 가능성을 키웠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테러사태는 우리사회에 큰 시사점을 준다. 우리사회도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비례해 다문화 정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이민자들로부터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배우고 우리사회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다문화 정책이 획일적으로 주류문화에 동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들을 대한민국이라는 운명공동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에게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인 것이다. 이런 심리는 차별을 낳고 깊이 있는 소통을 차단시킨다. 겉으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인 것 같지만, 속으로는 차별과 갈등으로 앓고 있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 싶다. 

프랑스나 벨기에의 테러사태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 안의 폐쇄적 문화우월주의와 차별을 없애고 이를 통해 이민자들이 자신들을 더 이상 이방인으로 느끼지 않고 우리와 공통의 운명을 지닌 가족구성원으로서 느끼게 하는 것이다. 획일적 문화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의 진심어린 소통으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잉태된 갈등과 폭력을 예방하는 길이다.

 

조용길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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