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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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있다 보면 입장 불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관객들이 가끔 있다. 특히 클래식 공연에 많다. 간혹 누가 봐도 일곱 살이 아니되 보이는 아이라 7세 미만의 아동은 입장이 불가라고 얘기 하면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불편한 말투로 ‘1학년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말투와 표정을 봐서는 엄마로부터 모종의 교육(?)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입장을 시키기는 하지만 하우스 매니저의 입맛은 쓰다. 대부분의 공연은 관람 가능 연령이 정해져 있다. 공연이 아동극이라 해도 그렇다. 이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또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이 공연시간 2시간 가까이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10~20분 지나면 잠을 자거나 같이 온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지루함에 몸을 이리 저리 뒤척이기 일쑤다.

잠을 자는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지루함을 참다못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이 문제다. 하우스 어셔나 옆자리 엄마가 주의를 주지만 그 때 뿐이다. 이런 일 때문에 가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 문제이기 보다는 아무런 준비 없이 어른을 위한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이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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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은 40분이고 중학교는 45분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과 함께 하는 클래식 공연이나 연극 대부분은 공연 시간이 1시간은 훌쩍 넘긴다. 대중음악도 아닌 클래식 음악에 아이들이 1시간 이상 집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이의 진정한 욕구를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의 과욕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즐거워야 할 아이가 음악을 통해 괴로움부터 알았다면 이 아이에게 예술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이들의 예술체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고 느낀 것을 짧게라도 얘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최고의 선생은 부모이고 최상의 교육기관은 집이다.

 

김대종 수원문화재단 경영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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