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감사일기의 기적

시베리아가 고향인 복수초가 앙상한 가시덤불 속에서 노란색의 꽃을 수줍게 갓난아이처럼 내민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노란 꽃의 황제라 할 수 있는 개나리가 온 동네 벽을 장식하고 있다. 화려한 이 봄날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이런 계절의 변화를 보게 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솟구친다.

 

하기는 우리가 감사할 일이 어디 봄꽃뿐이겠는가.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얻게 해주는 직장이 있고, 매일 매일 나를 이동시켜주는 자동차가 있고...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좀 더 여유가 있어 골프를 칠 수 있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음 더욱 감사의 마음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감사할 일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해서 잊어버리고 무시해 버리는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살아있다는 그 사실, 나의 신체 기관 하나하나 그리고 나의 마음 한 조각 한 조각,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 나의 조상과 역사, 온 우주 이런 것이 진짜 고마운 것들이다. 그런데, 보통 우리는 감사의 마음은 잠시뿐, 대부분 불만과 원망으로 산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듯이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질적으로 더 낳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심리학은 미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과거와 현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 자세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하고 그리고 모험을 추구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감사일기 쓰기’다. 필자가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 중에 보진드라(Bojindra)라는 네팔 학생이 감사일기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네팔에서 실험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 왔다. 2015년 4월 큰 지진피해를 겪었고 지금도 그 여진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일기 쓰기가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네팔에서 호텔 세 군데를 섭외하고 각 호텔에서 직원 60명씩 선발했다. 첫 번째 호텔에서는 매일 감사일기를 쓰게 했고, 두 번째 호텔에서는 업무일지를 쓰게 했으며, 세 번째 호텔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험 시작 직전 참가자들에게 심리측정을 하고 감사일기와 업무일지를 2주 동안 쓰게 한 후 같은 심리측정을 하고 그리고 또 한 달 후 같은 심리 측정을 또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참가자들의 안녕감과 일에 대한 몰입도가 처음에는 세 호텔이 비슷했다. 그런데 2주 후 감사일기를 쓴 집단은 그 값이 3.5수준에서 5점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그 효과가 한 달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것이 아닌가. 다른 두 호텔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매사에 감사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지족(知足)을 가르치는 불교유교의 원리가 바로 오늘의 심리학이고 경영학임이 입증된 것이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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