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기간 동안 임차인은 임차 목적물을 수리하거나 각종 설비를 설치하는 등 여러 명목의 비용을 투입한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하였을 때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임차 목적물에 투입한 비용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거론된다. 이는 임차인들이 임차 건물에 시설물을 설치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법적 쟁점이다. 다음과 같이 몇 단계로 나누어 순서대로 이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보존(목적물의 가치 유지)하기 위하여 비용(이를 ‘필요비’라 함)을 투입한 경우 임차인은 즉시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벽에 금이 간 것을 임차인이 수리한 경우이다. 필요비는 임대차가 종료되었을 때가 아니라 즉시 이를 청구할 수 있다. 만일 임차인이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차목적물을 개량(목적물의 가치 증대)하기 위하여 비용(이를 ‘유익비’라 함)을 지출한 부분이 있다면, 임차인은 임대차가 종료한 이후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실제지출액과 가치증가액 중 임대인의 선택에 따른다, 민법 제626조 참조). 임차인은 임대차의 종료 후 6개월 내에 필요비·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필요비·유익비의 문제는 임차인이 비용을 투입한 부분이 임차목적물에 분리불가능하게 부합되어 그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귀속하게 된 경우(즉 임차인의 비용 지출로 인하여 임대인이 종국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임차인에게 반환하는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이와 달리, 임차인이 임차 건물에 설치한 어떤 물건·설비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임차인의 소유에 속한다면, 여기에는 필요비·유익비의 상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임차인은 자신이 설치한 물건을 철거하여 가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어 부속한 물건이거나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한 부속물의 경우 임대차가 종료되었을 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속물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6조). 예컨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건물에 출입문과 새시를 새로 설치하여 임차건물의 가치를 증대시켰으나 위 출입문과 새시를 쉽게 분리할 수 있어 그 소유권이 임차인에게 속하는 경우, 임대차가 종료되었을 때 임차인은 위 출입문과 새시를 철거하여 가지고 갈 수도 있고 임대인에게 위 출입문과 새시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이를 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이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문제는 임차인이 새로 설치한 부분이 당해 임차 ‘목적물’의 객관적인 편익을 증대시킨 경우에 한하여 발생하는 문제임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이 당해 건물 자체의 효용과 관련이 없는 경우라면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문제는 아예 발생할 여지가 없다. 예컨대, 건물 임차인이 그 건물에서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간판’과 ‘고급 조리기구’를 설치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간판이나 조리기구는 임차인이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설치한 것일 뿐 이 때문에 임차 건물의 가치가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안에서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건물 임차인은 자신이 설치한 위 설비를 철거한 후 임차 건물을 임대인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을 뿐, 임대인에 대하여 당해 설비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는 권리는 없다.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를 설치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김종훈 변호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