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하방’이란 제도는 마오쩌뚱이 지난 1957년 국가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제도로 도입한 것이다. 시진핑 현 중국 주석도 7년간 산시성의 량자허촌으로 하방해 농민들과 7년간 생활했다. 이후 공산당 요직을 두루 거쳐 지난 2013년 국가주석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으로 치면 촌장에서 시작해 도지사를 거쳐 최고 국가지도자가 된 셈이다. 훗날 시진핑 주석은 “그때 나는 무엇이 실질적인 일이고 무엇을 실사구시라고 하는지, 누구를 민중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방은 밑으로부터의 민심의 읽고 실사구시 정책을 펼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진핑의 ‘하방’과 다른 맥락으로 신영복 선생님은 ‘하방(연대)’을 강조한다. 약한 물이 강고한 것을 이기는 힘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의 특성 때문이고 물은 반드시 모이기 마련이며 드디어 바다에 이른다는 것이다. 결국 하방은 물이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낮은 곳으로부터 다양한 그룹들과 연대하여 꾸준하게 스스로를 변화하라는 의미다.
지난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 많은 위정자와 정치평론가도,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도, 시민사회도 총선 결과에 모두 놀라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민심을 책상머리에 앉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공학적 판단, 사회통계적 수치로만 예측했던 것이다. 결국 그 많은 잘난(?) 사람들 조차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결과다. 여기서 새삼 하방을 떠오르게 한다.
하방은 단순히 정치가와 행정가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시민사회, 사회복지계 그리고 공공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총선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국민과 주민, 고객, 소비자, 이용자들이 살아 숨 쉬는 곳, 더 낮은 곳으로 하방하여 그들과 더 호흡하라는 것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송원찬 경기복지재단 지역복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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