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듣다 보니 재미있고 유익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두툼한 노트가 빼곡히 들어차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기업 연수원에 그날도 강사를 모시고 갔는데 강의진행자들이 모여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내일 오셔야 할 강사가 펑크를 냈다는 것이다. 강의 주제를 들어 보니 정신문씨가 몇 번 들은 강의였다.
그는 노트를 펼치고 그 주제로 강의한 다른 강사들 강의노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용을 설명했는데...뜻밖에도 “정기사님이 직접 강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청을 해오니 않는가.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가진 운전기사가 강사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직영점을 가지고 있는 미용실 거대기업 ‘준오헤어’는 1982년 성신여대 앞에서 조그만 미용실로 출발했다. 기술학교를 졸업한 강윤선씨가 시작한 것이다.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비교적 손쉬운 미용실을 열기는 했으나 그녀는 처음부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미용이라는 직업은 왜 사회로부터 전문직업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 그래서 그는 결심을 하고 초창기 직원을 모두 데리고 영국의 비달사순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는 비달사순하고 협약을 맺어 한국에 미용사관학교 준오아카데미를 열었다.
준오아카데미는 기본과정만도 2년6개월 과정이다. 졸업할 때는 헤어쇼를 작품전으로 연다. 이 쇼는 그냥 쇼가 아니다. 작품을 만든 졸업생들에게 ‘그들의 날을 만들어주는 날’인 것이다. 미용쟁이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재탄생하는 통과의식인 것이다.
준오헤어 스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독서경영, 준오의 가족들은 매월 한권의 책을 읽는다. ‘머리 만지는’ 데는 도가 튼 사람들이지만, ‘머리를 쓰는’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았지만 강윤선 회장은 줄기차게 밀고 나갔다. 그렇게 해서 현재 112개의 직영 살롱이 생겼고, 2천5백개의 일자리가 마련되었다.
대학은 요즘 졸업생에 대한 취업률 통계를 정리하고 있다. 4월말을 기준으로 통계가 정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취업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자기소개서를 아무리 잘쓴들, 면접을 아무리 잘 본들, 취업박람회를 자주 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자리 창출이 문제다.
그런데 누가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말인가.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성장을 한다고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이다. 그래서 국가 주도적으로 아무리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도 임시방편이고 제대로 된 일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만들어 주는 일자리를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일이라는 것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하는 일을 새롭게, 더 재미있게, 더 의미있게 만들면 거기서 개인이 성장잘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일자리로 창출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그것은 곧 일하기 혁신에서 얻어지는 결과이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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