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디트로이트 vs 도요타시, 한국 산업도시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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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통계에 의하면 거제시는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였다. 거제시 도시근로자의 평균 연소득이 5천500만원으로 전국 도시근로자 평균 연소득 3천600만원보다 1천900만원이나 높았고, 심지어 서울의 5천32만원보다도 더욱 높았다. 

그러나 최근 거제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지역경제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폐업하는 식당과 학원 등이 속출하고 보험을 해약하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조만간 밀어닥칠 더 큰 시련의 서막일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맹렬한 추격에 조선업을 비롯한 한국의 중화학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들 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들의 미래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10년 뒤에도 거제를 비롯한 포항, 울산, 광양, 창원, 여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들이 오늘과 같은 경제적 풍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자동차 메카인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인구 18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가장 부유한 대도시였다. 미국 중산층의 유행을 선도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도시였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강성노조와 비우호적인 지역분위기에 지친 기업들이 도산 혹은 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68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거의 1/3 수준으로 도시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버려진 사업체가 8만5천개에 달했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가 버려진 집이 9만5천채에 달했고 1~2달러에 살 수 있는 집도 생겼다. 평균 집값은 800달러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사회양극화가 극심하여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도시 중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힌다.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중 70%가 미해결사건일 정도다. 총부채가 180억달러에 달하던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 결국 파산했다. 이는 미국 지자체 재정파탄 중 사상 최대규모다.

 

반면 또 다른 세계적 자동차 메카인 일본 중부의 도요타시는 디트로이트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원래 도요타시의 명칭은 ‘고로모(母)시’였다. 끈질긴 노력과 설득으로 도요타라는 자동차회사의 유치에 성공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 이름을 기업이름과 일치하도록 변경하였다. 도요타시의 중심부에는 도요타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본사를 중심으로 거대한 6개의 최첨단 공장들이 사방으로 분산배치 되어있다. 그리고 2천여 개의 부품업체가 주변에 산재해 있다. 도로는 도요타 본사를 중심으로 환상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많은 트럭들이 연신 이 도로를 오가며 도요타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부품과 자동차를 실어 나른다. 적시에 꼭 필요한 양을 생산함으로써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도요타 자동사회사의 그 유명한 ‘저스트인타임’ 시스템은 이런 도요타 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요타 시는 전 세계 선진국 도시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다. 경기가 나빠도 좀체 0.5%를 넘지 않는다. 도요타 시의 재정자립도는 일본 전국 677개 기초지자체 중 단연 1위이다. 주민복지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시는 기업에게 최적의 기업환경을 제공하고 기업은 시와 주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 도요타 자동차의 신화, 그 한 중앙에 도요타시가 자리하고 있으며, 도요타시의 높은 도시경쟁력을 도요타 자동차회사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도의 대규모 리콜사태 같은 위기나 한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강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자동차회사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시 주민들은 높은 삶의 질을 지속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및 도요타의 사례는 기업친화적인 지역분위기와 기업-지자체의 상생문화가 산업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의 산업도시들은 기업친화적인 지역문화를 유지하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소재한 지역사회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서로 상생관계를 맺고 동반성장을 지속하고자 하는 비젼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자신 있게 긍정적인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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