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고객은 알바생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알바생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 까지 하였다. 알바생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런 일을 당하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정신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함)상의 산재로 인정되어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근로업무를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여 몸을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 등에는 이를 산재라고 하여 산재법에 의하여 보상을 받는다. 이렇게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① 근로자의 행위가 업무수행행위이거나, 그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하고, ② 근로자가 업무상의 재해, 즉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부상·질병·장애 또는 사망을 입어야 한다.
여기서 모든 질병에 대해서 산재보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산재법에 의해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에서 인정하는 질병을 입어야 한다.
그런데, 종전에는 이 건과 같이 알바생과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고객의 갑질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성 정신장애가 발생하여도 산재법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에서 업무상 질병의 기준으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만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란 업무상 사고로 신체가 손상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아 심리적인 상처를 입고 정신질환증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건과 같이 고객의 갑질로 인해 알바생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같은 경우는, 신체가 손상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고, 즉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산재법상의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22일 자로 산재법 시행령이 개정되어(시행일은 같은 달 28일 부터임) 새로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인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트’도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이 건과 같은 갑질 고객의 횡포로 인한 스트레스성 장애도 산재법상의 재해에 해당되어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산재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텔레마케터, 항공기 객실 승무원, 편의점 직원, 주유소 등 서비스산업 종사원, 호텔종업원 등 7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감정노동자가 혜택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감정적인 가해행위로 인해 스트레스 등 정신적 장애가 발생할 경우 산재법의 보호를 받게 됨으로써, 고객들의 이러한 갑질로 인한 감정적 가해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임을 각성시키는 효과를 파급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산재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올해 7월부터 산재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직역이 확대되어, 대출모집원이나 신용카드 모집인, 전속대리운전기사에게도 산재법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재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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