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으로 갑질하는 청소업체] 5. 중앙정부의 이상한 임금정책

“청소는 지자체 사무” 방관하더니 임금기준 月100만원 깎겠다는 정부

‘청소는 지자체 사무’라고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정작 환경미화원 임금기준을 월 100만원 하향 조정하는 안을 추진, 논란을 빚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일부 지자체의 요구가 있었다는게 정부의 설명인데, 환경미화원들과 노동단체는 “도급계약으로 인한 ‘깜깜이 정산’ 등 열악한 근로여건은 뒤로 하고 지자체 예산 문제만 우선시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미화원 임금원가 산정 기준(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15조 )을 ▲대한건설협회 공사부문 보통임금 ▲안전행정부 환경미화원 인건비 예산편성 참고자료(2008년) 두 가지로 규정했다. 

지자체는 이를 기준으로 청소업체에 환경미화원의 노임단가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행자부(당시 안행부) 기준은 10년 가까이 임금기준이 상향 조정되지 않아 사장된 상태다. 이에 지자체는 통상 대한건설협회 공사부문 보통임금을 기준으로 월 350만원의 급여를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행자부(당시 안행부) 기준을 ‘중소기업중앙회 제조부문 보통인부’ 기준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면서 환경미화원들과 노동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 임금이 건설업과 환경미화원 기준에 비해 낮은 탓에 중소기업중앙회 기준으로 산정하면 월 240만원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자체가 임금 기준을 대한건설협회서 중소기업중앙회로 변경하면, 환경미화원들은 월 100만원(약 52%) 가량 급여가 줄어든다. 대한건설협회 기준을 따르는 지자체의 신입 환경미화원 A씨는 매달 350만원(수당 미포함)을 받고, 1년이면 4천200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한 지자체 환경미화원 B씨는 월급 240만원, 연봉은 2천880만원에 불과, 최소 1천320만원의 급여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환경미화원과 노동단체 등은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다, 장기적으로는 임금인상도 기대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내 한 환경노동조합위원장은 “신입 환경미화원은 하루종일 일하고 월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할 것”이라며 “정부는 업체가 미화원들의 임금을 착취해 연간 수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을 바로잡기는 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미화원만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각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투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반발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계의 의견차이가 있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환경미화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임금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내부회의를 거쳐 올 6월께 임금 기준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안영국·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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