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은 이론은 기존회사를 형해화시키는 신설회사가 설립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즉, 판례에 의하면,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실제에 있어서 과연 어느 경우에 기존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신설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반드시 명확하지는 않다.
판례는, 개인이 설립한 회사의 법인격부인에 있어서 그 개인이 지배주주이자 단독이사로 특정회사의 경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계좌와 배후에 있는 개인의 계좌가 혼용된 정도가 일부 혼용된 정도에 불과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회사가 형해화되어 그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는 등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물적·유한 책임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한편,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었는지에 대하여 판례는 조금은 완화된 기준을 보이고 있는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한다.
최근 대법원은, 개인과 기존회사 사이에서는 법인격부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개인이 설립한 신설회사의 법인격부인은 인정하는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이 신설회사의 법인격부인의 근거로 삼은 사정들은, 신설회사의 설립시점과 주식의 귀속관계, 양 회사의 임원진 구성의 상관성, 주소지의 유사성, 기존회사가 주요 자산을 신설회사에 사실상 무상양도하고, 신설회사에게 특허권을 그대로 사용케 한 사정, 기존회사가 신설회사 설립 후 사실상 폐업에 이른 사정, 기존회사 대표이사가 신설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온 정황 등이다.
요컨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존회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가 설립되었다면, 이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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