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현장] 중국어선 대놓고 불법조업… 우리 해역·어민은 누가 지키나

오늘 서해침범 中어선 325척, 싹쓸이 조업·양식장 피해 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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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북한의 갑도를 배경으로 선단을 이루어 불법조업중인 중국어선들을 바라보고 있다. 장용준기자
8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

북쪽으로 보이는 석도와 갑도 인근에 중국어선 30여척이 쌍끌이 그물을 달고 버젓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바로 지척에서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중국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다.

배에는 벌써 어획물이 가득한 지 갈매기 수십마리가 배에 달라붙어 먹이를 주워먹기에 바쁘다.

 

중국어선들은 1~2척씩 흩어져 조업을 하다가 삼삼오여 모여들더니 이내 선단을 꾸리듯 대형을 만든다. 우리 해경이나 어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날(오전 7시 기준) 우리해역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연평 앞바다에만 156척, 옹도~연평 인근에 25척, 대청~옹도 인근에 117척, 백령도 북방에 27척 등 325척이나 된다.

 

성도경 연평선주협회장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갈수록 늘고, 물고기나 꽃게는 줄고, 정부는 막지도 못하고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며 “오죽했으면 어민들이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중국어선을 잡아왔겠냐”고 하소연했다.

 

박태원 연평어촌계장은 “십수년동안 눈뜨고 중국어선들이 싹쓸이 해가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며 “해군이 됐든, 해경이 됐든 책임지고 우리 해역과 어민들이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박 계장은 또 “연평해역은 해양수산부,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국민안전처 등 여러 부처가 얽혀있어 통제가 심하다”면서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는 다들 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2차·3차 피해가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에서 흘러나온 폐유 등이 연평도 북쪽 해안 굴 양식장이나 해삼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한 연평주민은 “최근에 채취한 굴이나 해조류 중 일부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일이 있었다”면서 “당국에 원인파악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연평어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중국어선을 나포하는 상황에 이르자 불법조업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연평도 망향전망대를 찾은 관광객 이순자씨(63·여·서울)는 “언론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심하다는 뉴스는 봤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대놓고 하는 지는 몰랐다”면서 “아무 상관 없는 우리가 봐도 이렇게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데 어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도와줄 수 있다면 힘껏 돕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책 논의는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가장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대형 인공어초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중국어선을 효과적으로 막는 동시에 해군이나 해경함정이 오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군사작전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여러가지 신경쓸 것이 많은 탓이다.

 

이와 관련 옹진군 관계자는 “인공어초를 설치하면 중국어선의 그물망이 파손돼 불법조업을 막을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해양수산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연평해역에도 설치하려고 준비중이다. 적정 위치 등에 대한 의견이 달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안으로는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평도=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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