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시흥시 청렴도 측정, 인사고과 반영은 즉흥적 탁상행정

시흥시 공무원은 앞으로 동료로부터 인기를 끌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시가 올해부터 인기투표(?)에서 점수가 낮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5월 중순 국장(4급) 10명, 과장(5급) 59명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했다. 방법은 공정한 직무수행 5개 문항, 부당이득 수수금지 6개 문항 등 모두 19개 문항으로 동료가 서로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개인별 평가에서 5급은 상급자 1명, 동일직급 4명, 과거 함께 근무했던 직원 10명이 답하도록 했다. 결과는 10점 만점에 9.4점이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주관적 평가에서 직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과연 그 공무원이 청렴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청렴하다고 자신하며 일했던 공무원이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의욕을 잃고 있는 것이다.

 

다수 공무원은 이 방법이 옳은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A과장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고 놀랐다”며 “청렴도만큼은 자신했는데 고작 이것이었냐”고 씁쓸해했다. B씨(5급)는 “잘 알고 친한 동료는 높게 평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 청렴도 측정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렴도를 높이자는데는 이의는 없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공직사회의 위화감만 조성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상급기관이 주의나 경징계를 요구한 과장 2명(5급)에게 직위해제와 경찰수사까지 요구한 시의 처사가 청렴은커녕 분위기만 깼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김종윤 감사담당관은 “이번 청렴도 측정은 공정성이 담보돼 있다”며 “청렴도가 낮은 직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다”고 밝혔다.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 동원했나 하는 안쓰러움이 앞선다. 공무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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