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여성대상 성폭력·가정폭력 관련 보도들로 인해 시민들의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피해가 연일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등에게 상담은 물론 법적ㆍ의료적ㆍ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해바라기 센터’는 전국 중소도시 이상의 지역 거점 병원에 병설돼 있다.
안산ㆍ부천ㆍ안양ㆍ시흥 등 경기서부권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는 지역 거점 병원인 대아재단 한도병원(안산 단원구 선부광장로 182 제2별관 2층)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청, 경기지방경찰청(당시) 그리고 한도병원 등이 4자 협약을 통해 지난 2013년 개설한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는 한도병원장을 센터장으로 하고 부소장과 수사팀장, 상담사, 간호사, 경찰관 등 각 분야별 전문 행정지원 인력이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연중무휴 문을 열어 놓고 각종 폭력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 해바라기 센터에서 상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 해바라기 센터란?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난 2004년도에 서울에서 첫 문을 열었으며 이후 확대 설치돼 현재는 전국에 36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의 보복 또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위기의 상황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꺼려하고 있어 스스로 위기 상황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의료, 법률, 수사지원을 365일 24시간 ‘원스톱’으로 제공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돕고 반복되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는 안산·시흥·부천·안양·광명 등 경기서부권역 시민들을 위해 지난 2013년 7월24일 첫 문을 열었다. 센터는 여성가족부·경기도청·경기남부 지방경찰청·한도병원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경기남부 지방경찰청에서는 수사인력(경찰관)을 센터에 파견하고 있으며, 한도병원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별관2층에 143㎡의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도병원 신옥병원장을 센터장으로 하여, 부소장과 수사팀장, 상담사, 간호사, 경찰관, 행정원등 각 분야 전문가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 피해자의 상담 등을 비공개로 녹화하는 공간.
■ 이용자의 80%가 ‘성폭력 피해자’
센터는 4대악 근절 시책에 따라 지난 2013년 경기·인천지역에 해바라기 센터 3개소가 추가 설치되면서 문을 열었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2천200여명 이상의 피해자들이 센터를 찾아와 상담 및 의료ㆍ수사ㆍ법률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았으며, 이용자의 80%가량은 성폭력 피해자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계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A양은 재혼한 엄마가 상처를 받을까 봐 오랜 기간 피해 사실을 숨겨오다가 학교를 통해 센터 문을 두드렸다. 해바라기 센터 상담사는 학교 측과 협조해 엄마와 아동을 만났고 지속적인 상담 끝에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아동은 국선 변호인을 선임받았고 해바라기 센터 경찰관과 진술녹화를 진행한 이후 가해자는 구속됐다.
아동과 어머니의 심리적 어려움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병행했으며 지자체와 함께 긴급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 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안내 책자.
■ 피해자들에 대한 세심하고 신속한 지원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에서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들의 경우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예기치 못한 폭력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이 따뜻한 위로를 통해 안정을 찾도록 돕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서, 병원, 상담기관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담실, 진료실, 진술녹화실, 모니터실, 안정실, 샤워실 등을 갖추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바라기 센터를 방문하는 피해자들은 먼저 전문 상담사와의 상담을 진행한다. 다친 부위는 없는지, 경찰신고는 했는지, 가해자로부터 안전한 상태인지 등 피해 전반에 대해 파악한다. 전문 상담원에 의한 초기상담 이후 피해자 상황에 따라 의료지원은 간호사, 수사지원은 경찰관, 행정지원은 행정원이 각자의 업무의 전문성을 살려 피해자를 지원에 힘쓰고 있다.
▲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 내부 모습
■ 성폭력·가정폭력 근절 위해 다양한 활동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 등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월 8일 안산시청, 경찰서, 유관기관 등과 함께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보라데이(가정폭력근절)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권역 교육청에서 학교장과 인권교사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 교육을 진행하거나 학교로 직접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동감 있는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지자체·경찰서·유관기관과 협조해 정기적으로 사례회의를 진행해 피해자를 위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개입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 측은 “성폭력ㆍ가정폭력ㆍ성매매 피해자에게는 사건 신고여부와 관계 없이 상담 및 의료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다”며 “폭력에 의한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언제든 문의하고 필요할 경우 센터 방문을 통해 수사와 법률ㆍ의료ㆍ상담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인터뷰] 안나 경기서부 해바라기 센터 부소장
피해자들 고통스런 삶… 함께 눈물
사명감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
인력난에 직원들 파김치… 근무환경 개선 시급
“경기서부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기관입니다. 폭력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문의 주시고 방문하셔서 수사·법률·의료·상담 등의 전문서비스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난 2006년부터 해바라기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안나 부소장은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 아플 때가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수치심 또는 죄책감 등 여러 가지 감정으로 자신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워하거나 지속적으로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음에도 가족해체에 대한 좌절감, 자녀 양육의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해바라기센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함을 다시 한번씩 되뇐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상담을 통해 범죄 피해가 ‘피해자의 탓’이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서의 권리가 있음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나 부소장은 “다양한 상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들이 센터의 작은 도움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이렇게 직원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지만 상담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경기서부 해바라기센터는 연중무휴로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참혹한 피해를 입은 사례들을 쉼 없이 다루다 보니 간혹 무력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는 것.
그녀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나 현장에서는 부족한 인력 때문에 휴식은 생각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근무환경 확보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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