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긴급히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유사한 내용을 검토했다가 주택업계의 내부 반발을 의식하여 애매한 입장을 취하더니 부동산 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눈치보기식 냉·온탕 대책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가격의 불안정과 이에 대응하는 긴급조치 형태의 부동산정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가 보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에 부응하여 부동산정책도 보다 일관성 있고 선진화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동산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종합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부동산시장 및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하에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고 국민의 불신은 높아만 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추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정책입안자 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함으로서 문제 진단 및 처방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개의 경우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투기수요를 차단함으로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사실 전문가그룹에 의하여 엄격히 검증된바 없다. 일반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혹은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감성적으로 제기된 주장들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처방을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문제의 정확한 진단에는 경제, 법, 금융, 행정,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종합적으로 동원돼야 한다. 부동산문제의 근인과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종합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관련 당사자들의 역할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의 설정이 필요하다. 부동산문제는 복잡다기하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따라서 부동산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 특히 정부와 시장,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여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어디까지 시장에 맡겨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동안 부동산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워낙 높다 보니 부동산문제가 곧장 정치적 쟁점으로 돌변하여 ‘정책’과 ‘정치’가 혼동되어 부동산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주택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범위를 크게 좁히고,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며, 설사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시장개입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다 현실성 있는 부동산정책의 수립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부동산정책의 어떠한 부분을 자치단체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치단체가 부동산 관리의 주체로서 계획수립 및 집행을 주도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재량권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성이 강한 부동산의 특성상 중앙정부 보다는 자치단체가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신속하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란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는 나라이다. 삶의 질은 소득, 일자리 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주거환경이나 도시경쟁력, 인프라 수준 등도 그 못지않게 주요한 요소이다. 쾌적한 주거환경, 소득계층을 고려한 다양한 유형의 주거형태, 세련된 도시 스카이라인 등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이다. 우리가 보다 선진화된 부동산 정책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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