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30~40㎜ 물폭탄… 北 황강댐 위험 수위
안전요원도 6시면 퇴근… 밤에는 사실상 무방비
경·관 “대피소 확보·방송 등 만일의 사태 대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경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5일 오후 1시20분께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인근. 호우경보가 발령된 이 곳에는 시간당 30~40㎜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에 군남댐도 시간당 173t의 물을 방류하면서 수위를 조절에 나섰고 인근에 주민들은 불과 56㎞ 떨어진 북한의 황강댐이 기습 방류라도 할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특히 황강댐의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TV 등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때문에 군남면 거리는 차량 소통이 거의 없었고 길을 지나는 주민들 역시 찾아보기 힘들만큼 조용했다.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L씨(73·여)는 “5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았는데, 제일 걱정되는 것은 북한이 무단으로 댐을 방류하는 일”이라면서 “뉴스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주민 S씨(59)도 “댐을 높이거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언제 방류될지 모르는 황강댐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임진각지킴이 박종근씨는 “황강댐보다 저수용량이 작은 군남댐 때문에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의)무단 방류시 어구피해도 심각할 뿐 아니라 안전요원 또한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하기에 밤에는 사실상 무방비”라고 토로했다.
군남댐에서 약 1.5㎞ 떨어진 군남면사무소 직원들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면사무소는 강한 비가 계속되자, 오후 1시께 마을마다 ‘불어난 물살에 하천 인근 활동을 금지한다’는 사이렌 경보를 울렸다.
또 면사무소관계자들은 비 피해가 발생여부를 확인하고자 이른 새벽부터 순찰 활동을 이어갔다. 양태모 군남면장은 “며칠째 비가 내리면서 마을 곳곳을 확인하기 위해 순찰하고 있다”며 “도로에 토사가 적체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고, 집중호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황강댐이 방류될 경우 이곳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5~6시간 정도로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도 북한의 황강댐 기습방류를 우려해 이날 순찰차 12대를 투입, 군남면 일대 순찰과 함께 물이 불어난 임진강 주변 도로를 통제했다. 또 군남홍수조절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도 군남댐∼임진교∼장남교 15곳에서 경보방송을 하며 하천 주변 주민과 어민 등의 대피를 유도했다.
군남댐 관계자는 “군부대에서 북쪽의 방류 징후는 아직 없다고 통보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남면에는 총 3천6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임진강변을 따라 저지대에는 7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또 북한 황강댐의 저수용량(3억5천만t)은 군남댐 저수용량(7천160만t)의 4배에 달한다.
송주현·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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