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망향의 노래

살아서는 이념의 총칼이더니

죽어서는 이름 없는 봉분의 잡초

적요의 고요만이

칠흑의 어둠 소란히 밟고 간다.

아아, 타향의 산하에 스러진

묘지의 원혼은 누가 달래주나

고향의 푸른 잔디

망향의 젖은 시름 누가 보듬나

여전히 충혈 된 민통선의 눈,

도라산 역에서

엉겅퀴 꽃에 누운 적막을 수송하라!

납 메아리가

그날의 곤한 잠에서 깨어나면

악의 없이 뛰노는 고라니 마을

부지깽이 어머니 군불 지피는

푸성귀의 새 아침은 오리라.

 

윤형돈

건국대 영문학과, 성결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전국 교원문학상 공모 시 당선. 경기문학인상 수상. 시집 <땅끝 편지> <슬픈 연> <꽃 사과나무 아래서> 영역시집 <흑자갈의 노래> <비너스의 태몽> <응시>. 현재 수원문인협회 번역위원장, 경기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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