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순 화성 판금장비 판매업 사장
“기계밥 먹는다고 문화 못 즐기라는 법 있나요?”
판금 관련 장비 판매업을 하는 김연순 사장(50)의 뜬금없는 질문이다. 아니 공장 노동자나 외국인 근로자도 문화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소신의 표현이다.
그는 지난달 9일 ‘괴짜’ 같은 일을 벌였다. 자신의 사무실을 갤러리로 꾸며 개방했다. 그것도 중소 공장 난립지로 악명이 자자한 화성 양노공단 내에 말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다섯 평 남짓한 규모다. 좁다고 얕봐서는 큰코다친다. 조각품을 비롯해 그림, 사진, 고서적에다 골동품까지 없는 작품이 없다.
‘Yeonsoon art(연순아트)’라는 명패가 붙은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태극기가 보인다. 그 아래 ‘가정과 사회와 나라가 원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고 쓰인 액자가 걸렸다. 그의 다짐이자 사훈이다.
28년 전 그가 입었던 군복을 비롯해 그의 딸이 그린 그림, 처가에서 직접 수놓은 자수, 조각품, 회화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김 사장이 직접 수집한 것들이다. 인테리어부터 작품 배치까지 직접 했다. 장장 6개월이나 걸렸다.
소파와 티테이블, 냉장고도 들여놨다. 누구나 아무 때나 들어와 작품을 보고 목을 축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처럼 공장지대에서 젊음을 보낼 노동자를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 지난해 군대에 간 아들의 무사 귀환을 원하는 바람도 담았다.
김 사장은 지난 1965년 경남 밀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장사를 했던 큰 형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온 가족이 이사했다. 공고와 2년제 대학을 거쳐 포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후 큰형이 대표로 있는 금형 제조업체에서 10여 년을 일했다.
주말이면 수석이며 골동품을 수집하러 전국을 누볐다. 2000년 판금 관련 장비판매업체를 차렸다. 이후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현 공장부지 1천300㎡를 매입했다.
그는 내후년쯤 갤러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현 갤러리 옆 임대를 준 식당, 공장, 부동산중개사무소 건물(400여 ㎡)을 모두 사용키로 했다. 예술작품 외에 각종 역사자료도 전시해 근로자 자녀의 역사교육 장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동북아평화연대, ㈔간도 되찾기 운동본부 등과도 관련이 있다.
김 사장은 “공장 근로자도 문화적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작은 갤러리를 열었다”며 “앞으로 근로자에게 문화 혜택은 물론 투철한 국가관과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박수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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