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농축산업계와 유통업계, 외식업계 등은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산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앞으로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되면 내수 업종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위기감은 더욱 크다.
특히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업계는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우협회는 이날 헌재 판결 이후 성명을 내고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해 법 개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최대 2조3천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천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이 중 한우는 시중에 나온 한우고기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고, 식사 역시 1인분에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 시행 시 선물 수요만 2천400억원, 음식점 매출은 5천300억원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당초 법 규정 마련 과정에서 이러한 고려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한우나 굴비, 전복 같은 품목들은 그동안 명절선물 등 선물 패턴에 맞춰 생산 체계가 구축돼 왔다”며 “1차 농수산물을 직접 공급해 온 농ㆍ어민들 입장은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유통업계 역시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유통업계는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제한한 부문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 미만일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비중이 워낙 작아 매출 감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당장 선물 시장 전체가 위축될 거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역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고급 한정식집과 일식집, 소고기를 파는 고기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소비위축과 중소상공인의 피해 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소상공인 등 영세 사업자를 위해 시행령이 규정한 금품 가액허용 기준(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높여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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