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누가 뛰나] “이제 들러리 벗어나자” 기지개 켜는 경기도

제목 없음-1 사본.jpg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 19대 대선에서 들러리 아닌 주연이 될 수 있을까.

역대 대선에서 경기지사 출신들이 후보 경선 문턱에서 잇따라 좌절된 가운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여야 ‘잠룡’으로 거론되는 전·현직 지사중 ‘하늘의 선택’을 받는 인물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현 민선6기 남경필 지사가 대선 도전에 나설 경우, 민선1기부터 민선6기까지 5명의 지사 중 1기 이인제, 3기 손학규, 4·5기 김문수, 6기 남경필 등 4명이 도전하는 셈이어서 ‘경기지사=대권 도전’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 남 지사와 김문수·손학규 동시 도전하나

내년 대선과 관련, 관심을 끄는 대목은 남 지사(51)와 김문수(64)·손학규 전 지사(68) 등 전·현직 지사 3명의 동시 도전여부다.

 

더불어민주당 손 전 지사의 경우, 내년 대선에 도전하면 세 번째 도전이 된다. 2014년 7·30 수원병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지난 7월29일 전남 해남군에서 열린 외곽 지지모임에서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여러분께서 저에게 필요한 용기를 주셨다. 

그 용기를 국민에게 꿈과 희망으로 되돌려 드리겠다”고 말해 사실상의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앞서 그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던 터라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4.13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하면서 차기 대선과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새누리당 김 전 지사는 ‘8·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재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도지사 시절부터 강조한 ‘청렴영생 부패즉사(淸廉永生 腐敗卽死)’의 도덕성과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분명한 역사의식 등이 장점이다. 앞서 그는 2010년 경기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 2012년 새누리당 18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세 사람 중 남 지사의 대권 도전 여부는 최대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주가를 높이고 있는 남 지사는 차기 대선 도전 여부와 관련, “내년에 결정하겠다”고 밝혀 일단 여운을 남겨놓은 상태다. 

개혁성향의 ‘5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의 선두주자인 그는 ‘연정’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 즉 ‘수도 이전’과 개헌 주장에 이어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며 이슈메이커로서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주요 인물을 영입하고 옛 보좌관 등 참모진을 보강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당내 기반이 강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더민주 20대 국회의원 123명 중 친손(친 손학규) 의원이 20명 내외에 불과, 당내 주류인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의원에 비해 크게 밀린다.

 

김 전 지사는 비박(비 박근혜)계이지만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며 친박(친 박근혜)계와 거리감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인해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올 때 “비박 후보냐, 친박 후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대패하고 내상을 쎄게 입은 김문수. 새누리당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당대표를 생각했는데...헐! 천지사방에서 돌팔매가! 친구로 생각했던 사람, 공천 준 사람, 힘들 때 손잡아준 사람, 모두가 하루아침에 적이 됐다”면서 “‘정치가 참 허망하네‘ 한 마디 남기고 대구로 내려 갔다”며 서운한 감정을 대신 피력했다.

 

남 지사 역시 친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터라 당내 기반이 강하지 않다. 특히 트레이드 마크인 ‘연정’에 대한 당내 평가가 엇갈리고,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해서도 당내 비판 목소리가 많은 것 등은 부담이다. 

하지만 주요 현안이 대두됐을 때 기득권을 과감하게 던지고 양보하면서 정면승부하는 모습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과 파격에 지지도만 뒷받침된다면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 전국 최다 경기도와 ‘충청권 대망론’

경기도는 지난 17대 대선부터 서울을 넘어 최다 선거인을 가진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됐다.

 

16대 대선(2004년)에서 경기의 선거인수는 694만4천934명으로 서울 767만682명에 비해 72만 여명이 적었지만, 17대 대선(2008년)에서 822만2천124명으로 급상승하며 서울 805만1천696명을 추월했고, 18대 대선(2012년)에서는 936만4천77명으로 900만명을 넘어서 서울 839만3천847명 보다 97만 여명이 많아지는 등 서울과의 격차를 점차 벌이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경기 선거인수는 전국 선거인수(4천50만7천842명)의 23.1%를 차지했다. 내년 19대 대선에서는 전국 선거인수의 25% 즉, 1/4을 경기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국회의원 수에서도 경기도는 60명으로 지역구 전체 253명의 23.7%이고, 비례를 포함한 총 국회의원 300명의 20.0%를 차지한다. 경기도의 인구는 1천3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최다인 경기도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불모지·변방·모래알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뭉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도내 의원(19명)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눠져 있고, 더민주 도내 의원(40명)도 친노를 중심으로 한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져 현안이 생길 때마다 따로따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 의원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경기도라는 정체성이 있는가’라는 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UN사무총장(72)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충청권 대망론’은 그런 면에서 경기도민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다. 여당발(發) 이기도 하지만 야권에서 편승하려는 모습도 일부 감지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는 공주 출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으로 당·청의 주요 인사가 충청권이다.

 

또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8선, 화성갑)도 충남 천안 출신, ‘녹취록 파문’으로 곤혹을 치뤘지만 친박계 핵심으로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3선, 인천 남을) 역시 충남 청양 출신이라는 점은 충청권의 위상이 만만치않음을 보여준다.

 

더민주에서는 논산 출신 안희정 충남지사(51)가 재선을 하면서 ‘충청권 야권 잠룡’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김종필(JP) 전 총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의 어른으로 ‘충청권 대망론’의 불을 지펴 “어른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경기도 정치권과 대조를 보인다.

 

반 사무총장과 함께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중인 인사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로, 두 사람은 모두 영남 출신(경남 거제, 부산) 이다.

 

이에따라 전·현직 경기지사 3인이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상위권과 거리를 보이는 경기도가, 19대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지역 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들러리만 설 것인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재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