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이어령 교수

“글로벌·로컬 조화로 변혁 대비… 반도 문화 적극 활용을”

무려 2시간에 걸친 이어령 교수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끊이지 않는 말의 물꼬를 잠시 멈추는데 진땀을 뺏다. 매 순간순간 쏟아지는 화두는 다가오는 시대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도도한 문명의 흐름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나아가 대한민국이 가야 할 지표였다. 

이 교수와의 짧은 만남은 경기도와 창간 28돌을 맞는 경기일보의 위치와 역할을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의 시대를 진단하면서 미래를 내다본다면.

모든 아나로그 세계에서의 체험이 전부 구글이니 SNS니 해서 디지털로 만들어져 크라우드 속에 다 들어 있다. 그게 빅데이터가 됐고 지금도 수십억 사람들이 한번씩 클릭할때마다 나는 검색한다고 보지만 구글에서는 역의 2진법으로 거기에 다 축적해 놓고 재산화 하고 있다. 

결국 구글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구글차가 나오면 인공지능이 딴데 있는게 아니고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뒤쳐져 있는게 현실이다. 젊은 사람들은 인공지능 때문에 인류가 망한다고 말하는데 아니 만들지도 않아 놓고 망한다고들 말한다. 디지털이 아날로그가 되고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고 이젠 서로 공존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포켓몬고 게임이 현실세계를 찾아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얘기다. 오늘 화두는 양자적 사고다. 양자적 사고는 오늘 처음으로 하는 얘기고 최근에 찾아낸 따끈따근한 정보다.

 

-10년전 디지로그를 예언했다.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전망은.

디지털이 장기를 두고 또 바둑을 두면 디지털 세계의 AI하고 아날로그하고 접촉하게 되니까 그게 바로 디지로그 현상이다. 현실, 사이버가 따로가 아닌 두 개가 유착되서 만나는 것이다. 장기만 하더라도 문맥 없이도 가능하다. 

왕이 있고, 졸병이 있고 포, 차는 어디로 가라 등 이런 문맥이 있다. 바둑은 까맣고 흰 거 밖에 없다. 하나 둘 수를 두는 절차가 바로 관계다. 바둑은 상대방이 수를 놓는 순간 이 관계가 생겨버린다. 딥러닝이라는 미래의 AI 핵심적 기술을 캐나다 마피아 3인방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가 해냈다. 캐나다의 토론토대학, 새로운 발상을 주변 대학에서 해 낸 것이다. 디지로그가 하는 것은 지금 스마트폰을 보면 그게 바로 디지로그다. 

인터페이스를 바꿔가지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엠피쓰리 만들어서, 인공지능이 터지니 모든게 디지로그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생명이 없으면서 있는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 인적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자연자본 그 다음에 우리에게 오는건 생명자본이다. 위기에서, 절박한 생사의 경지에서 ‘나 살려’가 아닌 ‘사람 살려’라고 말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생명자본이 풍부하다.

 

-그런데 이런 생명자본주의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는 지금 반대로 가고 있다. 생명자본은 서로 교감하는 건데. 교감 등이 중시되는 시대가 왔음에도 우리사회는 갈등대립의 사회를 이어가고 있다. 마치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사회를 활화산처럼 만들고, 경쟁의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이제는 그런 구조가 개인과 개인 간 갑을 관계로 나타나고 있다. 갑질, 을질 그러는데, 이런 고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가 남앞에서는 갑질하면서 을질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갑을은 상대적인 개념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갑질은 어느곳에나 상존해 있다. 하지만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갑을이 어떻게 협력하는게 문제다. 태극은 둘이 하나로 뭉치는 것. 태극문양을 가운데에 둘로 쪼개보면 영원히 다른 것이 된다. 이 세상은 입자도 아니고 파장도 아니다. 세상은 아날로그 파장이고 원자력은 입자다. 

이원론이다. 하지만 양자적 사고는 기존의 원자적 사고, 아톰의 세계와 다르다. 아톰은 차이와 개체를 쪼개는 세계이고 양자는 파인만의 얘기처럼 양면이 양자적 진공 상태로 입자와 파장이 하나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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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미래를 준비하는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문학인이며 정치인, 그리고 교수까지 많은 분야에서 활동한 그가 “전 세계 곳곳에선 우리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앞선 미래가 탄생되고 있다”며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꼭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시범기자
즉, 만물이 탄생하기 직전의 상황, 음과 양이 통합된 태극의 세계와도 같다. 철학도 문명도 모든 것이 너와 나의 대륙이 아니라 인터디펜던스. 상호적 의존관계. 이 시대가 진짜로 온다는 거다. 양자 컴퓨터의 등장으로 코펜하겐파의 이론이 현실이 되었다. 

캐나다의 D-wave라는 회사에서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만들었고, 구글-NASA, 요즘 사드로 시끄러운 항공우주기업 록히드 마틴 사, 미국의 국립 Los Alamos 연구소, 이렇게 3곳에서 구입했다. 기존 슈퍼 컴퓨터가 수 백년 걸릴 연산을 며칠 만에 하는, 그러한 빠른 연산처리 속도로 인공지능, 암호해독,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브렉시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종전후 지금까지의 시대를 글로벌 시대라고 말하고 이를 주도해 온 세력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해양세력이다. 지금 와 가지고 영국 뿐 아니라 미국, 전 세계가 내셔널리즘, 로컬리즘이 등장하면서 대륙세력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게 브릭스다. 

대륙세력이, 지금은 해양세력이 글로벌한 것, 왜 섬이니까 배타고 전세계 돌아다니면서 세계화를 하고 있는 것, 배탄사람이 말탄사람을 이기는 것, 육군에서 해군으로, 이제는 공군으로 가는 모습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제일 잘하는게 한국인이다. 시점이 지상에 있지 않고 위에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놀라운 의식의 변화가 생긴다. 글로벌하고 로컬이 합쳐지는 ‘글로컬’을 지향해야 한다. 나는 글로컬이란 것을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머리로는 영국처럼 글로벌한데가 없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나라 또한 영국이다. EU가 되면서 시장을 통합하려니까 예를 들어, 지역 생산품들의 크기, 휘어져 있는 각도들이 각기 다른데, 생산품에 수치화된 획일적인 룰을 적용하다보면 지역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거다. 

-학계나 전문가 집단은 신고립주의 팽창 등을 염려하고 있다.

로컬(민족주의)로 나가면 먼저 죽는게 우리다. 이 만큼 하는 것도 자유무역 때문이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데 말이다. 우리가 로컬, 은둔형으로 가면 내수가 발생하기 어렵다. 세계가 의존관계로 들어갔다. 절대로 고립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제스쳐일 뿐으로 보고 있다. 고립주의로 가겠다? 모얼리스(More or less) 즉 더 폐쇄한다 더 개방한다의 차이지 큰 흐름은 글로컬이다. 신자유주의와 고립주의 이런 것이 대립되는 것은 그동안 말해 왔던 금융자본주의에서 끝났다. 미국도 민족주의로 가고 우리도 민족주의로 가자고 하면 무역 어떻게 할 수가 있겠나? 글로컬리즘이라는 긴장에서 나가야지 폐쇄하고는 우리가 살수가 없다.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문명 전체를 잘못보고 있는 거다. 쿠바가 그랬고 중동도 그랬다. 순수한 로컬, 순수한 글로벌은 이제 있을 수가 없다. 우리 밥상만 봐도 그렇다. 100% 국내산이 있더냐. 로컬, 글로벌을 양극적 사고 방식으로 보지마라. 우리가 글로벌로 간다 하더라도 로컬이 있고, 로컬로 간다 하더라도 글로벌이 있다.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가 있는 거지, 완벽한 대립이 될 수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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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말미에 이어령 교수가 직접 써 내려간 ‘접화군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귀한 메시지다.
-알파고를 보면서 우리는 놀랬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파’라고 하는 것은 알파벳에서 왔고 ‘고’는 바둑이란 얘긴데 중국의 ‘치’ 발음이 일본에 가면 ‘고’가 된다. 즉 중국을 원점으로 하는 바둑문화와 일본, 그것만 분석해도 알파고를 실체를 알 수 있다. 그게 서울 광화문에서 그것도 포시즌이란 다국적 호텔에서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 

알파고 로고를 봤는가? 태극무늬다. 이때까지 서양은 전부 선이다. 근데 쟤들은 바둑처럼 다 동글동글하잖아. 보면 볼수록 저건 태극기. 태극문양. 그게 양자,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의미 하고 있다. 알파고는 우리들에게 큰 찬스를 줬다.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의 싸움에서 잘 하면 반도도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상생의 길로 만드는 것도 바로 반도 문화의 특징이다. 바둑처럼 서로 동서가 만나는 것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대륙과 해양의 사이를 잇는 한국만이 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양자적 사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대한민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있다. 서양이 그려 놓은 디지털, 거기에는 눈이 빠져 있다.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때다. 그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이다. 작은 나라지만 꿈을 크게 꾸면, 용을 직접 만들 순 없지만 눈을 그릴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문명이 대단한 문명이지만 승천, 날지 못하는 용이다. 그걸 승천시켜야 한다. 더 이상 우리는 물러날 곳이 없다. 한국인에게는 생명에 대한, 정에 대한 인터렉션, 어진 인정이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생명자본이다.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한 네글자가 있다.

 

‘접화군생’, 이게 디지로그다. 서로 접하면 산이 막 군생해서 생명이 온 세상을 덮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접하면 군생이 아니라 군사다. 서로 만나면 붙고 액세스하면 댓글이고 뭐고 죽이고자 달려든다. 그래서 접화군생으로 가야한다. 경기도는 다양성이 있다. 과거 인천을 통해 서양문명, 중국문명이 들어왔다. 외국인들 많이 사는 곳도 경기도다.

거기는 항상 열려져 있는 사회다. 서울처럼 이미 굳어져있는 곳에서는 변혁이 일어나기 힘들다. 주연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는 뉴미디어 지역, 염전이나 호수, DMZ 등 개발하지 않은 생명자본이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곳이다.

이어령 교수는…

△1934년 충남 온양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대학원 졸업

△이화여대 교수(1966~1989)

△초대 문화부장관(1990~1991) 역임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기획ㆍ연출

△새천년 준비위원회 위원장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 식전문화 및 관광협의회 공동의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현)

△주요저서=<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 <언어로 세운 집>〈이어령 라이브러리(전 30권)〉등

 

김동수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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