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경기도가 ‘천년’을 맞는다. 경기도는 지난 천년의 세월을 뒤돌아보고 다가오는 새 천년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일본 히타카시에서는 ‘고마군 13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고구려 왕족인 약광 등 1천799명의 고구려인이 건너가 만들었다는 고마군. 13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히타카시에서는 고마군의, 고구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흔적이 남아있다.
■ 일본으로 건너가 신이 된 약광… 그를 기리는 고마신사와 성천원
1300년을 맞은 고마군의 그 시작은 고구려로부터 시작한다. 고구려 마지막 왕인 보장태왕의 아들 약광은 666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고구려 멸망 후인 716년 무사시국 주변 일대에 흩어져 살고 있던 1천799명의 고구려 유민들을 모아 현재의 히타카시를 중심으로 ‘고마군(高麗郡)’을 설치, 초대 군수를 역임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고마군의 역사가 올해 1300년을 맞은 것이다.
이후 약광은 흰머리칼과 흰수염을 길러 백자상으로 불리며 주민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사후 ‘출세개운(出世開運)의 신’으로 추대 받게 된다. 이러한 약광을 모신 곳이 바로 ‘고마신사(高麗神社)’이며 약광의 묘가 있는 곳이 ‘성천원(聖天院)’이다.
초대군수인 약광을 출세개운의 신으로 모시는 고마신사는 약광이 살던 집에 지은 신사로 알려졌으며 대대로 약광의 후손들이 궁사(宮司, 신사의 책임자)를 맞고 있다. 약광의 후손들은 26대까지는 고구려 자손끼리 혼인해 혈통을 이어 오다가 그 뒤 일본인들과 혼인해 지금은 거의 다 일본 사람들이 되었으며 현재 궁사는 약광의 60대손인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ㆍ50)가 역임하고 있다.
고마신사에는 ‘출세하고 싶으면 고마 신사에 가서 빌라’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다. 이는 하마구치 오사치, 와카쓰키 레이지로, 사이토 마코토, 고이소 구니아키, 시데하라 기쥬로, 하토야마 이치로 등이 이곳을 참배한 뒤 총리에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에는 ‘큰 사건이 있을 땐 고마 신사에 가서 빌어야 수사가 잘 풀린다’는 얘기가 퍼져 도쿄지검·도쿄고검 검사들이 줄줄이 참배하기도 했다고 한다.고마신사는 연간 50만 명의 참배객이 다녀가고 있으며 이곳에 가면 1940년대 고마신사의 모습과 약광 후손의 족보 등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고마군 1300주년 기념 조형물도 설치됐다.
성천원은 약광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온 승낙이란 승려가 약광 사후 명복을 빌기 위해 그의 무덤 옆에 지은 절이다.
고마신사 인근에 위치한 성천원에는 약광의 묘와 약광의 동상을 볼 수 있으며 고조선 단군, 백제 왕인박사, 신라 태종무열왕, 고려 정몽주, 조선 신사임당 등 우리나라의 시대별 위인의 화강암조각상도 볼 수 있다.
■ 고구려를 지키던 신을 모신 오이소초의 ‘고려산’
고구려의 흔적은 히타카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히타카시 인근에 위치한 오이소초에는 ‘고려산(高麗山)’이라는 산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오이소초 동쪽에 위치한 이 산은 일본인들에게는 고구려ㆍ백제ㆍ신라 등 한반도 삼국시대 당시 일본이 고구려를 침략해 고구려 신을 빼앗아 모신 산으로 알려졌다.
▲ 8. 다카쿠신사와 고려산. 9. 오이소초 향토자료관. 10. 고마신사
현재는 ‘고려산 현민의 숲(高麗山縣民の森)’으로 지정돼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등 많은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또 고려산은 가나가와현 경승(景勝) 50곳에 속할 만큼 산을 둘러싼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고려산 입구에는 옛 고려절이었던 ‘다카쿠신사(高麗神社)’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절로 불리는 다카구신사는 이후 고마신사로 불렸고, 1900년대 초부터 고래신사(高來神社)로, 현재는 다카쿠신사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히타카시에 있는 고마신사와는 달리 고구려 후손이 아닌 일본인이 궁사를 맞고 있다. 다카쿠신사 안에 들어서면 1800년대 후반 이곳 주민이 기증한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고구려인들로 추정되는 사신단이 묘사돼 있다.
이호준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토미타 오이소초 향토자료관 학예원
고려산 다카쿠신사 전신은 ‘고려절’
약광, 히타카시 이주 전 이곳 머물러
Q 오이소초 향토자료관은 어떠한 곳인가.
A 1988년부터 오이소초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지역의 문화와 풍속, 자연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이소초는 태평양 바다로 연결되는 지역으로 자연 친화적인 도시이며 구석기 시대 유물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또 고려산에는 다양한 희귀 꽃들을 볼 수 있다.
Q ‘고려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A 오이소초 동쪽에 위치한 고려산은 고대 전설을 품고 있는 이 도시의 중요한 상징이다.
고려산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옛 한반도에 고구려ㆍ백제ㆍ신라가 있던 무렵 일본의 조상이 한반도를 침략해 세 나라의 신을 일본으로 모셔왔고 그 중 ‘고려대신화광’이라는 고구려신을 이곳 고려산에 모셔왔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산에는 다카쿠신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신사가 되기 전 절이었던 곳으로 절의 이름이 ‘고려절’이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고려신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고구려 왕족인약광이 히타카시로 이주 하기 전 이곳 오이소초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구려인들이 오이소초에 거주했던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곳이 좋은 기운을 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Q 고려산 등 고구려 관련 역사 고증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A 고려산에 대한 전설과 고구려인들의 생활, 그들이 먹었던 음식, 풍습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 등을 발행물과 기획전시회 등을 통해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고구려의 숨결이 남아 있는 이곳 오이소초에 한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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