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이벤트 아닌… 다가올 문명·통일·중국에 눈 돌려야”
경기도는 이번 ‘경기 천년’ 기념사업을 통해 1천300만 경기도민들에게 경기도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불어 넣는다는 목표다. 또 새로운 천년을 힘차게 출발하는 동력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남은 기간은 2년. 이 기간 경기도는 어떻게 천년 기념사업을 준비해야 하는지 경기학회 회장을 맞고 있는 경기대학교 강진갑 교수와 지난 5월 1300주년 기념식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일본 사이타마현 히타카시의 카토우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히카타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히타카시는 716년 고대 한반도 고구려에서 왕족인 약광 등 1천799명의 고구려인이 이주해 개척된 ‘고마군’으로 부터 시작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는 매년 가을마다 500만 그루의 석산(만주샤게)이 장관을 이루는 매우 아름다운 지역이다.
- 지난 5월 13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대부분의 히타카시 주민들은 이곳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역사와 뿌리를 다 같이 알아보고자 13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도시인 히타카시는 매년 인구가 타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책으로 히타카시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고자 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13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게 됐다.
- 기념행사는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는가.
갑자기 주민들에게 1300년이라고 하면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2년 전인 2014년부터 1300주년에 대한 홍보를 진행해 히타카시 뿐만 아니라 인근 타 시의 주민들에게도 1300년에 대해 알렸다. 2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다양한 세미나와 강연, 포럼 등을 개최해 왔고 올해도 연말까지 계속 개최된다.
1300주년을 맞은 올해 가장 핵심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직접 고대 벽화 속에 나와 있는 고구려인들의 전통의상을 만들어 입고 행진을 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시청에서 직접 직원을 채용해 가가호호를 방문하면서 의상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고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지난 5월21일과 22일 열린 1300주년 공식 행사에 주민 3천여 명이 직접 집에서 의상을 만들어 참여했다. 히타카시 전체 주민이 5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참여율이었다. 당초에는 약광과 함께 온 고구려인이 1천799명이었기 때문에 이 인원으로 행진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주민이 참여해 3천 명 규모가 됐다.
- 1300주년 공식 행사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났다. 자체 평가는 어떠한가.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굉장히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주민들이 처음에는 1300년이 뭐지? 라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제는 포럼을 개최할 때마다 800여 명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가할 만큼 지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
또 타지역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히타카시에 관심을 갖고 찾아 줘 도시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민들이 돈을 주고 옷을 사는 행사였으면 이렇게 많은 주민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내년, 내후년 축제도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기념행사에서 2천 명분의 음식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대접했는데, 이 음식은 행사 6개월 전부터 100명의 아이가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채소를 이용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천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경기도에 조언해 준다면.
130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고 난 후 생각해 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1301년과 1302년, 1303년이더라. 1300주년 기념행사가 히타카시의 향후 발전에 동력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경기도 역시 경기 천년 행사를 미리미리 준비하되 천년 이후를 생각하는 기념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 경기학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15년 4월 창립한 경기학회는 경기지역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구하는 단체다. 역사학자는 물론 인문학, 사회학, 예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2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 경기 천년,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보나.
경기 천년을 이야기 할 때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새로운 천년을 대비해야 한다.
벌써 세계는 4차 혁명의 길로 들어섰다.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것이다. 큰 역사의 전환기이다. 신석기 혁명이 일어나면서 농경사회가 되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도시를 만들어 갔고, 아시아 국가들이 각자의 문명을 유지해 나가다가 중국의 문화가 퍼지면서 또 한 번의 문명의 변화를 맞게 된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유럽의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이 등장하게 됐다. 이러한 문명의 변화는 어떠한 변화를 갖고 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신석기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이 어떠한 변화를 가지고 올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제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나오면서 현재와는 전혀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다. 예측할 수가 없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게 되면 운전기사가 사라질 것이고 대중교통 체계가 달라질 것이고 자동차 보험회사도 자동차 회사와만 거래를 하면 되기 때문에 보험회사 영업직원도 사라질 것이다.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지금, 경기도의 힘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천년을 대비하기 위한 원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경기 천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천년 기념사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문명의 대비, 공간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요소인 ‘통일’, 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경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이렇게 3가지 측면에서 대비하고 준비하는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새로운 문명을 대비하기 위한 사업으로는 ‘판교 자율주행자동차’ㆍ‘빅포럼’ 등이 상징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도내에서 철거되고 있는 철조망 등을 이용한 조형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DMZ 대성동 마을에서 기념사업을 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계속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나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경기도 평택항과 가장 인접해 있는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국과 관련해 천년 기념사업으로는 도내 청년들이 평택항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유라시아대륙철도 등을 체험해 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청년들의 시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경기 천년 기념사업, 성공 조건은.
천년 기념행사를 경기도가 중심이 돼 진행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천년을 맞아 ‘경기 천년 기념사업 1000인 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천 명이라고 해봐야 1개 시ㆍ군에 30~40명밖에 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기념사업이 돼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기도의 꿈, 경기도의 미래를 경기 천년 기념사업을 통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호준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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